기업발 실적쇼크 먹은 회사채 시장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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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무
업종·신용등급 안가리고 투자 기피…신용스프레드 작년 1월 이후 최고치
대우조선·삼성엔지 등 잇단 손실…"안전하다고 믿었던 기업마저…"
롯데케미칼·하이트진로홀딩스등 우량사도 가산금리 더 주고 발행
기업 '부채 확대 주기' 끝나나…"싼 이자 자금조달 시대 저물어"
업종·신용등급 안가리고 투자 기피…신용스프레드 작년 1월 이후 최고치
대우조선·삼성엔지 등 잇단 손실…"안전하다고 믿었던 기업마저…"
롯데케미칼·하이트진로홀딩스등 우량사도 가산금리 더 주고 발행
기업 '부채 확대 주기' 끝나나…"싼 이자 자금조달 시대 저물어"
기관투자가들이 업종과 신용등급을 불문하고 회사채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매우 안전하다고 믿었던 기업들이 연이어 충격적인 손실을 발표한 데 따른 결과다.
기업들은 투자자의 반응이 싸늘해지자 회사채를 갚아 나가기 시작했다. 금리 하락 추세와 수요 증가에 기반한 기업들의 ‘부채 확대 주기’가 끝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높아지는 ‘부도위험 할증료’
기관투자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거의 모든 기업 회사채에 대해 종전보다 높은 ‘부도위험 할증료(리스크 프리미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 대비 가산금리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 신용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13일 기준 0.41%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올 6월 말 이후로만 0.15%포인트, 연간으로는 0.12%포인트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기와 연간 기준으로 모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신용스프레드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신용등급 AA+)과 SK브로드밴드(AA-), 에쓰오일(AA+), 하이트진로홀딩스(A-) 등은 최근 국고채 금리 대비 가산금리를 과거에 비해 0.02%~0.15%포인트 더 지급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 하이트진로홀딩스 등 일부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회사채 발행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신용분석 담당 연구원은 “경기둔화로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상위 대기업그룹 계열사조차 부실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가산금리가 오랜 축소 흐름을 마무리하고 상승세로 전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투자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회사채시장 규모는 올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회사채(금융채 제외) 발행 잔액은 2008년 말 76조9000억원에서 2013년 말 194조88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87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도 10월 말 현재 187조1500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 감소로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말 발행 잔액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AA급 중에도 안전한 회사채만 투자”
시장 참여자들은 우량 기업조차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신용스프레드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게 된 중요한 계기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대규모 부실 발표를 꼽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위 네 번째인 ‘AA-(안정적)’로 매우 안전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올 7월 3조원대의 2분기 손실을 발표한 뒤 최근까지 투자적격등급 최하위(상위 10번째)인 ‘BBB-’로 추락했다.
삼성그룹 계열 삼성엔지니어링도 부진한 실적 탓에 작년 ‘AA-’에서 최근 ‘BBB+’로 등급이 급전 직하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로는 첫 BBB급 신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내수업종 기업 등 AA급 중에서도 정말 안전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채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맡긴 연기금 등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 사태를 경험한 뒤 회사채를 펀드에 편입하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그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형펀드는 평가손실을 입게 돼서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우량 회사채의 신용등급 강등 사례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전체 평가 기업 372개 중 40곳(10.7%)의 등급을 떨어뜨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많다. 이 중 AA급 이상 기업은 15곳(37%)에 달한다. 2013년 0.2%, 작년 22%보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김상만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 성과가 좋지 못하다면 내년 이후에도 회사채 발행 여건은 좋아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기업들은 투자자의 반응이 싸늘해지자 회사채를 갚아 나가기 시작했다. 금리 하락 추세와 수요 증가에 기반한 기업들의 ‘부채 확대 주기’가 끝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높아지는 ‘부도위험 할증료’
기관투자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거의 모든 기업 회사채에 대해 종전보다 높은 ‘부도위험 할증료(리스크 프리미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 대비 가산금리를 뜻하는 ‘신용스프레드’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AA 신용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13일 기준 0.41%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올 6월 말 이후로만 0.15%포인트, 연간으로는 0.12%포인트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기와 연간 기준으로 모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신용스프레드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신용등급 AA+)과 SK브로드밴드(AA-), 에쓰오일(AA+), 하이트진로홀딩스(A-) 등은 최근 국고채 금리 대비 가산금리를 과거에 비해 0.02%~0.15%포인트 더 지급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럼에도 롯데케미칼 하이트진로홀딩스 등 일부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회사채 발행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신용분석 담당 연구원은 “경기둔화로 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상위 대기업그룹 계열사조차 부실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며 “가산금리가 오랜 축소 흐름을 마무리하고 상승세로 전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투자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회사채시장 규모는 올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회사채(금융채 제외) 발행 잔액은 2008년 말 76조9000억원에서 2013년 말 194조88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87조4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도 10월 말 현재 187조1500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 감소로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연말 발행 잔액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AA급 중에도 안전한 회사채만 투자”
시장 참여자들은 우량 기업조차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신용스프레드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게 된 중요한 계기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대규모 부실 발표를 꼽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위 네 번째인 ‘AA-(안정적)’로 매우 안전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올 7월 3조원대의 2분기 손실을 발표한 뒤 최근까지 투자적격등급 최하위(상위 10번째)인 ‘BBB-’로 추락했다.
삼성그룹 계열 삼성엔지니어링도 부진한 실적 탓에 작년 ‘AA-’에서 최근 ‘BBB+’로 등급이 급전 직하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로는 첫 BBB급 신용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내수업종 기업 등 AA급 중에서도 정말 안전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채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돈을 맡긴 연기금 등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 사태를 경험한 뒤 회사채를 펀드에 편입하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그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형펀드는 평가손실을 입게 돼서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우량 회사채의 신용등급 강등 사례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전체 평가 기업 372개 중 40곳(10.7%)의 등급을 떨어뜨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가장 많다. 이 중 AA급 이상 기업은 15곳(37%)에 달한다. 2013년 0.2%, 작년 22%보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김상만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 성과가 좋지 못하다면 내년 이후에도 회사채 발행 여건은 좋아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