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살얼음판' 증시, 파리 테러 영향력은?
국내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프랑스 파리 테러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돼서다.

전문가들은 파리 테러가 국내 증시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 기준 1900선이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 상의 지지선 역할을 하겠지만, 추세적 반등세를 나타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6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46포인트(0.99%) 하락한 1953.83을 기록하고 있다. 지수는 개장 초 1.4% 이상 빠지면 1945.31까지 밀려났다가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지수가 장중 1950선 아래로 밀려났던 것은 지난 9월30일(장중 저점 1915.04) 이후 1개월 반만이다.

이날 증시 하락은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파리 테러 사건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로 추정되는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 최소 120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유럽연합(EU) 역내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이 일시적으로 정지됐고, 프랑스 행 항공편이 임시 결항됐다.

지수는 추가적인 테러 위협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추가적인 하락 시에도 1900선이 주요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가격 조정이 예상되지만 지난 8월과 같은 '패닉' 양상은 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파리 테러 자체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들어 지수는 지난 4월24일 2189.54(장중 고점)을 연중최고점으로 기록했다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함께 불거졌던 지난 8월24일 1800.75(장중 저점)까지 밀려났다. 이후 3거래일 만에 1900선을 회복, 이달 초까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단기 하락세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와 연결되는 저점인 지수 1900선 수준은 강한 지지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 테러는 이후 유럽의 상황 변화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달리 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경제에 대한 우려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 연구원은 "파리가 유럽의 중심 도시라는 점 외에도 유럽이 지리적 통합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심리 위축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 내수가 약화되면서 유럽 수출비중이 큰 중국에도 수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면서 ECB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은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 확인된 성장 동력(모멘텀) 둔화에 파리 테러까지 더해져 ECB가 12월에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시가 안정적인 반등세를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추가적인 테러 위협이나 ECB 정책기조 등 여러 변수들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변 연구원은 "증시 회복 시점은 추가적인 테러 위험이 확연히 감소한 이후가 될 것"이라며 "미국의 지상군 파병이나 폭탄 투입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가정할 경우 이벤트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역으로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