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은 18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시즌 레퍼토리 두 번째 작품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올린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은 18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시즌 레퍼토리 두 번째 작품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올린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음산한 배들의 무덤에서 암초를 향해 배를 몰았네. 하지만 죽음도, 무덤도 나를 피해갔지. 이것이 저주받은 자의 운명….”

군데군데 붉게 녹슨 거대한 고래잡이배 내부. 비닐 작업복을 입은 선원들이 흩어지자 거친 바다에서 한 남자가 홀연히 나타난다. 진실한 사랑을 찾을 때까지 바다를 헤매야 하는 저주받은 네덜란드인이다. 현대 의상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17세기 유럽인 복장을 한 모습이 고독감을 더한다.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1막의 한 장면이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초현실적인 존재와 맺은 계약 때문에 고통받는 인간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 두 편의 오페라가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다. 두 공연은 주인공들이 방황하다 결국 구원받는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1840~50년대 초연된 두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올리는 것도 비슷하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대본을 쓰고 작곡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18일과 오는 20일, 22일 3회 공연한다. 네덜란드인은 영원히 바다를 떠돌아야 하는 저주에 걸린 뱃사람. 7년에 한 번 뭍에 내려 저주를 풀어 줄 진실한 사랑을 찾지만 번번이 실패한 그가 결국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는 줄거리다. 시즌 레퍼토리제를 도입한 국립오페라단이 ‘진주조개잡이’에 이어 선보이는 2015~2016시즌 레퍼토리 두 번째 작품이다. 랄프 바이커트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베이스 연광철(달란트 역), 바리톤 유카 라질라이넨(네덜란드인 홀랜더 역)과 소프라노 마누엘라 울(젠타 역) 등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연광철은 1996년부터 매년 독일 바이로이트페스티벌에서 바그너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핀란드 출신인 라질라이넨도 오스트리아 빈국립극장과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극장 등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파르지팔’ 등 바그너 작품을 공연했다. 무대는 현대 고래잡이배로 꾸며 1843년 초연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오페라 ‘파우스트’의 연습 장면.
오페라 ‘파우스트’의 연습 장면.
서울시오페라단은 창단 30주년 기념 오페라로 샤를 구노의 ‘파우스트’를 25~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천벌’, 프로코피에프의 ‘불의 천사’ 등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오페라 중 가장 널리 공연되는 작품이다. 젊음을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가 아름다운 마르그리트를 유혹해 타락시키는 등 욕망에 사로잡혔다가 구원받는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무대디자이너 디르크 호프아커가 5막 ‘발푸르기스의 밤’에 나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거처를 나이트클럽으로 설정하는 등 작품 무대를 현대적으로 연출한다. 유럽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존 듀가 연출을 맡았다. 윤호근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테너 이원종과 김승직(파우스트 역), 베이스 박기현과 전태현(메피스토펠레스 역), 소프라노 정주희와 장혜지(마르그리트 역)가 출연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