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7곳 인사 '올스톱'…경영 공백 장기화
공공기관의 연말 인사가 멈춰 섰다. 사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공공기관이 늘어났고, 후임 사장이 오지 않아 임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근무하는 ‘식물 사장’도 적지 않다.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인사 올스톱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 공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6월 최평락 사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빈 자리가 아직도 공석(空席)이다. 이 회사는 곧바로 인사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세 명의 사장 후보를 선정해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지만 “모두 부적격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석 달 동안 후속 사장 선임 절차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감독 부처의 추가적인 지시가 있어야 사장 선임을 위한 후속 작업을 할 텐데, 특별한 지시가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자리도 비어 있다. 장기창 전 이사장이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가장 낮은 E등급을 받아 해임 건의를 받고 사퇴하면서 생긴 자리다.

김태우 사장이 지난 9월7일 사퇴한 한국남부발전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시기 공석이 된 한국광물자원공사만 최근 산업부 출신 관료로 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사장이 오지 않아 임기가 끝난 사장이 계속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지난 8월16일 임기가 끝났고,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이달 7일 임기가 만료됐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장은 후임자가 있을 때까지 업무를 대행해야 한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사장을 선임하려면 이사회에서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을 통과시킨 뒤 인사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사회로부터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며 “공공기관 특성상 정부에서 지시가 있어야 하는데, 지시가 없으니 일을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4월 총선이 공공기관 인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인 위주로 (사장이) 임명되지 않겠느냐”며 “공기업 사장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정권이 마지막으로 챙길 수 있는 인사”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차출설이 돌고 있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경우 산업부도 인사가 있을 텐데 산업부부터 인사가 정리돼야 공공기관 인사도 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조환익 사장은 다음달 16일 임기가 끝난다. 윤 장관이 총선에 나가면 후임 장관으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 중 한 명이다. 한전도 사장의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사장 후속 인사 작업은 진행되는 게 없다.

공공기관의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임기가 끝났거나 조만간 만료되는 사장의 말에 힘이 실리기는 어렵다. 장기 투자계획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장 인사는 사실상 정치권과 정부가 하는데, 돌아가는 사정을 매일 살피느라 사내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업무계획과 경영목표도 세워야 할 시기인데 중심점이 없으니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