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6일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향연’에서 무용수들이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함께 추는 ‘신태평무’. 국립무용단 제공
다음달 5~6일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향연’에서 무용수들이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함께 추는 ‘신태평무’. 국립무용단 제공
무채색 한복을 입은 남자 무용수들이 북소리에 맞춰 검술을 펼치듯 움직인다. 색과 소리를 덜어낸 무대에서 역동적인 동작의 선이 도드라진다. 다음달 5~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향연’ 중 ‘무의’ 장면이다. 원래 역대 군왕들의 무공을 찬양하기 위해 종묘제례 때 궁중음악에 맞춰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추는 춤을 간결하게 재구성했다.

이번 작품은 국립무용단이 40여년간 80여개국에서 공연한 대표작 ‘코리아 환타지’의 맥을 잇는다. 궁중·종교·민속·창작무용 열두 편을 엮었다. 무용수 56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이다. 한량무 예능 보유자인 조흥동 명무가 춤을 짰고 디자이너 정구호 씨(휠라코리아 부사장)가 연출했다.

2013년부터 국립무용단과 협업해 ‘단’ ‘묵향’ 등을 연출한 정씨는 “한국무용의 기본 정신과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화에 필요한 정리정돈을 했다”며 “화려한 치장을 빼고 움직임 자체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서는 전통 악기와 무용 의상의 화려한 색동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무채색과 빨강, 파랑 단색을 썼다. 전통 오방색이 빠진 것은 아니다. 노란색과 검은색을 무대 장식에 사용했다. 음악도 기존 춤곡의 장단만 남겨놨다. 거문고 소리 하나에 의지해 춤을 추는 무대도 있다.

‘코리아 환타지’가 여자 무용수가 추는 느린 춤이 많고, 각각의 무용 작품을 차례로 올리는 구성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게 춤의 흐름을 빠르게 하고 이야기를 가미했다. 남성 무용수의 빠르고 역동적인 무대를 추가했다. 사계절을 소재로 4막12장을 짜서 춤이 서로 이어지게 구성했다.

1막은 봄 연희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여름을 상징하는 2막은 불교 의식 무용 중 가장 춤사위가 화려한 바라춤과 꽹과리를 치며 추는 진쇠춤 등 종교무용, 3막은 장구춤 소고춤 오고무 등 가을의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민속무용이 나온다. 4막은 남녀 각각의 태평무 무대에 무용수 56명이 한꺼번에 나와 춤을 추는 신태평무가 이어져 새해의 희망을 표현한다. 조 명무는 “이번 작품은 전통 그대로인 것도, 국적 없는 새로운 몸놀림도 아니다”며 “발 디딤새와 손목 놀림, 목선의 움직임 등 전통 춤사위에 뿌리를 두고 옛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