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충무아트홀 제공
오는 28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충무아트홀 제공
“이 작품이 창작 뮤지컬이었어?”

지난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베르테르’를 본 한 관객의 반응이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원작인 데다 수준 높은 실내악 연주, 조승우 엄기준 등 유명 배우 출연 등으로 봐서 외국 작품을 들여와 한국어로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르테르를 제작한 CJ E&M 관계자는 “소재가 잘 알려진 외국 고전인 데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외국 작품인 줄 알고 보는 관객이 많다”며 “작품의 보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뮤지컬의 창작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명성황후’ ‘영웅’ ‘서편제’ ‘해를 품은 달’ 등 한국 역사나 전통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프랑켄슈타인’ ‘베르테르’와 같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서양 고전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제작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약 3000억원 규모인 국내 뮤지컬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뮤지컬 ‘베르테르’
뮤지컬 ‘베르테르’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으로 지난해 4월 초연한 ‘프랑켄슈타인’의 대성공을 꼽는다. 영국의 천재 여성작가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89회 공연에 8만여명을 동원해 1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 창작 뮤지컬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작품을 기획·제작한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은 “관객들이 외국 대작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창작 뮤지컬’이란 꼬리표를 뗀 것이 가장 큰 흥행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흥행에 힘입어 오는 28일부터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재공연된다.

충무아트홀은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1880년 미국 작가 루 월러스가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벤허’를 뮤지컬로 제작해 내년 하반기 무대에 올린다. 김 본부장은 “원작료를 절약하기 위해 원작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작품을 골랐다”며 “국내 흥행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MK뮤지컬컴퍼니가 250억원을 들여 제작해 내년 4월 무대에 올릴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는 전 세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소재를 통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다. ‘지킬앤드하이드’로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사가 잭 머피 콤비가 참여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라이선스료로 지급하는 돈이 아까워 ‘우리가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작품을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본과 독일, 스위스 회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CJ E&M과 EMK뮤지컬컴퍼니는 각각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의 뮤지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웃는 남자’는 어린 시절 납치돼 기이하게 입이 찢어진 남자 그윈플레인의 복수와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에 나온 악역 캐릭터 조커가 그윈플레인에서 비롯된 캐릭터다. 박종환 CJ E&M 공연사업본부 마케팅팀장은 “원작의 뛰어난 이야기성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뮤지컬로 풀어가기 적합하고 해외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싱어송라이터 정재형이 작곡을 맡고 뮤지컬 최초로 10여명이 함께 극본을 쓰는 공동 창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 팀장은 “‘웃는 남자’를 시작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영미권 시장까지 통할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대형 창작뮤지컬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