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삼시네끼'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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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 가수 >
TV는 일찍이 백남준이 예견한 대로 이미 우리네 삶의 일부분이 됐다. 나는 직업이 연예인이라 이따금 TV에 얼굴을 내민다.
언젠가부터 연예·오락 방송은 두 가지로 굳어졌다. 하나는 요리, 또 하나는 어린아이 돌보기다. TV만 틀면 시도 때도 없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아이들 뛰노는 장면 일색이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TV 오락방송의 대세다.
좋다. 먹는 건 중요하고, 어린아이들은 예쁘고 소중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나 같은 사람에겐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게 문제다.
가령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를 들자면, 나는 오랫동안 ‘삼시두끼’로 살아왔다. 연예계에 발을 디디자마자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소위 ‘아점’, 아침과 점심식사를 합쳐서 첫 끼로 때우고, 저녁식사는 그날 만나는 불특정인 혹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각종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 이런 판국이니 부엌이나 요리와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은 요즘 ‘친절한 남자, 다정한 남자’에서 제외되는 형국이다. 어쩜 그리도 TV에 나와 요리를 척척 해대는 남자들이 많은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볼 땐 더욱 암담하다. 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것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은 어린아이다. 아이보다 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문제는 수십년 전부터 우리집에선 어린아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나이 들어 혼자 살다 보니 어린아이는커녕 강아지나 고양이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우리집은 집 같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빌어먹을! 기막히다. 남 일이 아니게 됐다. 내가 출연하는 KBS ‘나를 돌아봐’에서 ‘삼시세끼’ 촬영장인 강원 정선을 찾아가 ‘삼시네끼’란 패러디물을 찍었다. 어쩌랴. “요리해 먹는 프로그램이 대세”라고 우기는 판이니 말이다. 그러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하지 않고, 천하무적의 동료 이경규가 요리를 하겠다고 자청해서 한시름 놨다.
방송이 자꾸 고차원에서 저차원으로 흐르는 것 같아 푸념을 늘어놨다.
그랬더니 국장급 출신의 한 방송 인사가 “그것도 한때 유행이니 때가 되면 시청자들이 ‘너무 지겹다’고 항의하니까 걱정 말라”고 했다. 만일 한국경제TV에서 ‘삼시다섯끼’를 찍자고 한다면? 기꺼이 앞장서겠다.
조영남 < 가수 >
언젠가부터 연예·오락 방송은 두 가지로 굳어졌다. 하나는 요리, 또 하나는 어린아이 돌보기다. TV만 틀면 시도 때도 없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아이들 뛰노는 장면 일색이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TV 오락방송의 대세다.
좋다. 먹는 건 중요하고, 어린아이들은 예쁘고 소중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나 같은 사람에겐 은근히 따돌림 당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게 문제다.
가령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를 들자면, 나는 오랫동안 ‘삼시두끼’로 살아왔다. 연예계에 발을 디디자마자 아침식사는 건너뛰고 소위 ‘아점’, 아침과 점심식사를 합쳐서 첫 끼로 때우고, 저녁식사는 그날 만나는 불특정인 혹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각종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 이런 판국이니 부엌이나 요리와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은 요즘 ‘친절한 남자, 다정한 남자’에서 제외되는 형국이다. 어쩜 그리도 TV에 나와 요리를 척척 해대는 남자들이 많은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볼 땐 더욱 암담하다. 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것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은 어린아이다. 아이보다 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문제는 수십년 전부터 우리집에선 어린아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나이 들어 혼자 살다 보니 어린아이는커녕 강아지나 고양이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우리집은 집 같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빌어먹을! 기막히다. 남 일이 아니게 됐다. 내가 출연하는 KBS ‘나를 돌아봐’에서 ‘삼시세끼’ 촬영장인 강원 정선을 찾아가 ‘삼시네끼’란 패러디물을 찍었다. 어쩌랴. “요리해 먹는 프로그램이 대세”라고 우기는 판이니 말이다. 그러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하지 않고, 천하무적의 동료 이경규가 요리를 하겠다고 자청해서 한시름 놨다.
방송이 자꾸 고차원에서 저차원으로 흐르는 것 같아 푸념을 늘어놨다.
그랬더니 국장급 출신의 한 방송 인사가 “그것도 한때 유행이니 때가 되면 시청자들이 ‘너무 지겹다’고 항의하니까 걱정 말라”고 했다. 만일 한국경제TV에서 ‘삼시다섯끼’를 찍자고 한다면? 기꺼이 앞장서겠다.
조영남 < 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