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동거(同居)주택 상속세 공제확대’에 합의했지만, 그 수혜자는 500여명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제 폭만 넓혔을 뿐 까다로운 공제 요건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산층에는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미래 세대 지원을 위한 상속·증여세 지원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제 활성화 위한 가업상속공제는 외면하던 정치권, 수혜자 508명뿐인 주택상속세 감면 '생색'
세 가지 요건 충족 어려워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조세소위에서 무주택자로서 부모와 10년 이상 동거한 자녀라면 집을 물려받을 때 집값 중 5억원까지는 상속세를 100% 면제해주는 방향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무주택 자녀가 부모 집을 물려받을 때 집값이 5억원이고, 다른 공제혜택을 적용하지 않으면 40%(2억원)에 대해서만 면세된다. 나머지 3억원에 대해선 상속세 5000만원(1억원까지는 10%, 2억원에 대해선 20% 세율 적용)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세법 개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년 기준으로 508명에 불과했다. 기재부는 이번 공제 확대에 따라 줄어들 세수 규모는 한 해 38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혜택 대상이 적은 것은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이 공제를 받으려면 △부모(피상속인)와 자녀(상속인)가 10년 이상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하고 △상속 시점부터 10년 이상 계속 1가구 1주택이어야 하며 △상속받는 자녀가 무주택자여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공제를 받을 자격이 생기는 만큼 대상자가 적다”고 설명했다.

미래세대 증여 비과세 시급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원래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에 담긴 것이었다. 기재부는 동거주택 공제 확대와 함께 자녀 공제 및 연로자 공제 1인당 3000만원→5000만원 확대, 장애인 및 미성년자 공제 1인당 연 500만원→1000만원 상향 등 다양한 중산층 지원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국회에서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담은 상속·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함께 묻혔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조세소위원장)은 지난해 말 상속·증여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임시 국회 통과를 재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전날 조세소위에서 가업상속공제 확대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은 공제 적용 대상 기업을 ‘연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30년이 넘은 중소·중견기업(명문 장수기업)의 가업 상속 공제한도를 최대 1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대신 동거주택 상속 공제 상향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미성년자 상속세 공제를 두 배로 높이는 안에는 반대했다. 한 세제 전문가는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시급한 가업상속공제 확대안은 외면한 채 실효성이 낮은 세제 지원안만 합의하고 생색을 내고 있다”며 “자녀 주택·전세자금 증여세 면제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