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가 증시를 달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주사 전환을 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SK그룹 등의 대주주들도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주, 내년에도 유효한 '톱픽'
○稅혜택 받고 순환출자도 해소

SK케미칼은 다음달 11일 안동 백신공장 투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신주 물량이 많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끝나면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지분율은 줄어든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초과청약을 신청해 SK케미칼 지분율을 기존처럼 14.6%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초과청약을 신청한 주주들은 신주 청약이 완료된 뒤 남은 실권주를 추가로 배정받게 된다. 신주 100주를 청약할 수 있는 주주는 초과청약을 통해 120주까지 청약할 수 있다. 최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케미칼이 SK그룹 계열에서 분리돼 지주사로 전환하고 SK가스 SK건설 SK신텍 등을 거느린다는 계열분리설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최근 ‘지주회사 권하는 사회’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이후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삼성SDS와 합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분 11.25%를 보유한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증권사의 정대로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구조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지주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도 각각 현대모비스, 호텔롯데 등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말 지주사는 140곳으로 지난해 말 대비 8곳이 늘었다”며 “지주사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되는 등의 세제혜택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지주사 전환 작업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높아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투자 매력을 갖춘 지배구조 개편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들은 소액주주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사례 등이 많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하면 주가가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기업들의 실적이 주춤하며 유망종목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실적과 별개로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할 때 자사주는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면 기존 자사주 비율만큼의 사업회사 신주가 지주사에 주어진다. 지주사 대주주가 자사주를 통해 사업회사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가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그만큼 줄어 주가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익잉여금이 많고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