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하지 않고는 생존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주방용품회사를 설립해 한국도자기에서 독립했습니다.”

김영목 한국도자기리빙 대표(사진)는 “이달 중 패브릭(천)과 도자기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리빙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1위 도자기 제조업체인 한국도자기가(家)의 차남이다. 형인 김영신 사장은 한국도자기를, 여동생 김영은 사장은 한국도자기 직영점 운영과 법인도매 등을 담당하는 한국도자기특판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도예를 전공한 뒤 아버지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의 부름을 받고 1992년 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업무는 유럽 명품 도자기업체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연결해 주는 것이었다. 그는 “OEM에 안주하다가는 머지않아 동남아시아 ·중국 업체의 추격에 가격 경쟁력을 잃겠다는 조바심이 들었다”며 “아버지에게 신사업이 필요하다고 건의해 한국도자기의 최고급 브랜드 ‘프라우나’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2003년 선보인 프라우나는 파격적이었다. 일반 본차이나보다 세 배 강한 최고급 ‘파인 본차이나’ 소재를 썼다. 수작업으로 고가의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부착했다. 한국도자기는 이 브랜드로 영국 해러즈백화점 등에 입점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 실험에 성공한 김 대표는 이듬해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생활용품 업체인 한국도자기리빙을 설립해 독립한 것.

한국도자기리빙은 ‘예쁘고 기발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금세 이름을 알렸다. 본차이나로 만들고 무늬를 넣은 도자기 뚝배기를 비롯해 밥알이 붙지 않고 세워지는 ‘오뚝이 주걱’, 고기용과 생선용 등 양면으로 쓰는 도마, 항공기용 합금소재를 사용한 가벼운 냄비, 냄새 안 나는 실리콘 받침 등 히트작을 내놨다. 도자기 뚝배기는 청와대에 납품했고, 오뚝이 주걱은 매달 1만개 이상 팔린다.

김 대표는 “단순히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주방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한다”며 “모든 제품에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자인 마케팅 등의 능력까지 갖춘 주방 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행남자기가 매각되고 해외 브랜드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도자기업계가 고전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도자기의 가장 큰 자산은 72년 된 브랜드”라며 “업계에 자극이 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