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주 독무대
전기자동차 부품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성장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LG그룹 상장사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주력인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근 1년 최저가를 전전하던 3개월 전의 ‘굴욕’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덕분에 지배구조 리스크가 없다는 점까지 부각되면서 주가가 재평가되고 있다.

◆10개 상장 계열사 동반 강세

19일 주식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10개 LG그룹주들이 모두 강세를 보였다. 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2.97% 오른 7만2700원에 장을 마쳐 최근 1년 최고가(신고가)를 경신했다.

4.15% 올라 32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한 LG화학, 3.14% 상승해 98만6000원을 기록한 LG생활건강도 나란히 신고가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 전망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생명을 밀어내고 시가총액 10위(21조6044억원) 자리를 꿰찼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로 지난 13일부터 5거래일 연속 뛰었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312억원)와 외국인 투자자들(291억원)이 ‘쌍끌이’ 순매수에 나서며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고가주) 등극을 눈앞에 뒀다. LG전자(3.87%) LG디스플레이(2.64%) LG이노텍(7.3%) 등 전자 계열사와 LG하우시스(6.58%) LG유플러스(3.9%) LG상사(3.77%) LG생명과학(1.85%)도 동반 상승했다.

◆자동차 부품사업이 몰고 온 훈풍

전문가들은 모처럼 LG그룹주 전반에 불고 있는 ‘훈풍’의 근원지를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부품 사업에서 찾는다.

LG그룹 내에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LG전자(인포테인먼트, 모터)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모듈, 센서, 램프) LG하우시스(차량용 내외장재) 등으로 자동차 부품사업이 세분화돼 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전자장치 부품 사업의 수직계열화와 함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태양광 모듈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강화도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룹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 계열사의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그룹 상장사들이 전반적으로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 신약 등을 개발하고 있는 LG생명과학 주도의 바이오사업은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우량 계열사들의 실적 호전도 LG그룹주를 다시 보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2분기 이후 10년째 매분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 들어 매분기 1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 리스크가 없다는 점과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인수합병(M&A) 작업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들어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 회사인 케이앤아이와 화장품 제조업체 제니스를, LG상사가 범한판토스를 각각 인수했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 인수전에 뛰어들어 지난 1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은 사업 영역의 변화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사업 재편과 M&A에도 적극적”이라며 “성장동력을 키워 온 성과가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