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회선진화법이 역사 발전 단절시킨다
싸움판 정치에 진절머리를 내는 우리 국민을 달래기 위해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란 것을 제정했다. 한마디로 이 법은 역사발전을 중단시키는 쇠사슬이다. 이 법은 역사 발전의 기본 원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법이고, 이 법이 지속되면 우리 민족사에 가장 큰 재앙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 발전의 기본 원리는 어떤 것인가. 인류 역사의 가장 큰 과제는 항상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배고픈 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다른 하나는 ‘배 아픈 것을 어떻게 치유하느냐’는 것이었다. 즉, 떡을 ‘키운다’는 과제와 ‘나눈다’는 두 가지 과제였다.

떡을 키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사람은 욕심의 동물이다. 자유를 주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뛰기 때문에 떡이 더 많이, 빨리 크는 것이다. 인류가 지난 200~300년 사이에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은 한마디로 이 지구촌에 자유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를 통해 떡이 커지면 반드시 ‘배 아픈’ 사람, 즉 ‘불평등’이 생긴다. 사람 간에는 항상 능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는 대부분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이를 이룬다. 앞서 가는 사람을 제어하면서 뒤처진 사람을 의도적으로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둘 다 물론 너무 중요하다. 둘 중에서 ‘떡을 키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우리는 보수주의자라고 부르고, ‘나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진보주의자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추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순차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왜 그럴까. 떡을 키우자마자 나눠야 한다면 아무도 키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망한 것은 바로 이 키우기와 나누기를 동시에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떡은 반드시 먼저 키운 다음에 나눠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발전의 기본 원리다. 즉, 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확대해 떡을 키우고 그 다음에 자유를 제한하면서 그 키운 떡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키우기와 나누기를 시차를 두고 반복하면서 한 국가는 풍요로우면서도 평등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떡을 키우기 위한 정책 즉 보수의 정책, 그리고 나누기 위한 정책 즉 진보의 정책은 서로 모순되게 마련이다. 하나는 자유를 키우기를 원하고 다른 하나는 자유를 억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수는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줄이고, 생산과 투자 등 모든 면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반면 진보는 자유를 억제해서라도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올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입법활동은 대부분이 두 가지 과제 즉, 떡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다른 말로 자유를 키울 것인가, 아니면 제한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수정당의 입장과 진보정당의 입장은 태생적으로 그리고 불가피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태생적으로 각기 정체성과 우선순위가 다른 정당들에 모든 입법사항에 대해 사실상 합의를 해서 통과시키라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키우면서 동시에 나누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두 정당이 우격다짐으로 설혹 합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합의된 안은 떡을 키우는 것도, 나누는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잡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나라가 더 풍요로워지지도, 평등해지지도 않는다.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국회선진화법은 역사 발전을 중단시키는 쇠사슬이며 역사 발전의 기본 원리를 모르는 정치인들이 자초한 대재앙이다.

전성철 <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