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국내 30대 그룹 중 인수합병(M&A)을 가장 많이 한 기업으로 꼽힌다. 2010년 1월부터 6년여간 7조4377억원을 투자해 국내외에서 21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정책본부 본부장에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선 2004년으로 기준 시점을 앞당기면 M&A는 35건으로 불어난다. 이 기간 투자액은 17조2000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M&A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부채비율은 66.88%(지난 4월 현재)에 그친다. 30대 그룹 중 삼성(39.66%), 현대자동차(61.85%)에 이어 부채비율이 세 번째로 낮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부채비율이 낮은 것은 보유 자금 대비 적절한 범위 안에서 채권 발행,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자하는 등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총괄 CFO는 정책본부 지원실장인 이봉철 부사장(57)이 맡고 있다. 올해에만 미국 더뉴욕팰리스호텔(현 롯데뉴욕팰리스호텔), KT렌탈(현 롯데렌탈), 삼성정밀화학, 삼성SDI 케미컬사업부문 등 5조원대의 M&A를 진두지휘했다.

이 부사장은 롯데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중책도 맡고 있다. 지난 8월 출범한 ‘지배구조개선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서 지주회사 전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순환출자 해소 등 경영 투명성 개선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치밀한 업무 처리, 뚝심 있는 추진력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장호주 롯데쇼핑 상무는 1987년 입사 이래 정책본부 지원실 재무팀장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롯데쇼핑 재무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4개 점포와 롯데마트 8개 점포를 매각하고 재임차하는 ‘세일&리스백’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성공시켰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후배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은 하석주 부사장이 CFO를 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경리부, 그룹 감사팀을 거쳐 2001년 롯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재무 및 지원 부문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본부뿐 아니라 주택사업본부도 이끌고 있다. 단국대 회계학과 학사, 고려대 회계학 석사 출신으로 ‘위험 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강성태 호텔롯데 재경부문장(상무)은 ‘차분한 카리스마’로 불린다. 이 부사장과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지에 있는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해 북미에서 ‘롯데’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황원담 롯데칠성음료 재경부문장(상무)은 1984년 입사해 2007년부터 재경부문장을 맡고 있다. 그룹의 음료 관련 계열사 10곳의 재경부문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제과에서는 추광식 상무가 재경부문장으로 있다. 1993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인사 및 재무 분야를 두루 거쳤다.

롯데케미칼의 재무팀은 조성택 상무가 이끌고 있다. 회계, 기획, 정책본부 운영실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다. 선후배 사이에서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롯데캐피탈 CFO 고정욱 상무는 20년 넘게 자금, 회계업무만 담당해온 재무 베테랑으로 꼽힌다. 고 상무는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통해 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A-로 네 단계 끌어 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