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만기가 이달 말인 직장인 A씨(37)는 고민이 많다. 시중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곧바로 예금에 다시 가입하자니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다음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고,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무래도 예금 가입은 뒤로 미루는 게 나을 것 같다.

자산가 새 투자처는 달러…뱅크론펀드·달러예금 관심
최근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A씨처럼 금리 변동기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찾아달라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이런 수요를 감안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화 관련 금융상품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최근 내놓은 ‘금리인상 안심 적금’은 이 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자유적립식 금융상품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출시한 지 열흘밖에 안 됐지만 이미 30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상품은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를 반영했다. 적금 가입 후 1년 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면 1회에 한해 우대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준다.
자산가 새 투자처는 달러…뱅크론펀드·달러예금 관심
박시정 기업은행 마케팅 전략부 팀장은 “재테크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금리에 대한 불안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공격적인 투자처로 뱅크론(은행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하고 있다. 뱅크론은 투자부적격 등급(신용등급 BBB급 미만)에 속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을 유동화한 채권이다. 뱅크론 펀드는 이 같은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리보금리(LIBOR·국제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런던 은행 간 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 인상기에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연 0.4% 안팎인 리보금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연 1%를 돌파하면 인상분만큼 금리가 올라가는 식이다.

지난 8월부터 뱅크론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인기가 시들했는데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달 들어 수억원의 자금이 뱅크론 펀드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27만1000명)가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면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처는 미국 달러화다.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가치도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달러화 가치는 올 하반기 들어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 대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달러화 강세 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은 달러 예금,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보험이다. 달러 예금은 금리가 연 1% 이내지만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환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국민·우리·한국SC은행 등이 달러화로 예금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원화를 예금하면 달러화로 통장에 찍히는 방식이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달러 ELS는 일반 ELS 상품과 구조는 같다. 통화만 달러화로 바꿔 투자하는 형태다. 달러화가 강세를 띠고 주가가 충분히 떨어진 시기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달러 보험은 연 1% 안팎인 달러 예금에 비해 금리가 높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도 있다. 국내에서는 방카슈랑스(은행 창구 보험 판매) 전용 상품으로만 출시돼 보험회사와 제휴한 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다.

김영호 KEB하나은행 대치동PB센터장은 “미국이 연말 기준금리를 올리면 장기적인 달러화 강세가 예상된다”며 “충분한 투자기간을 갖고 달러화가 전체 금융자산의 최대 30%를 넘기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은정/박한신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