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 달구는 '클래식 열기'…전세계 거장들이 몰려간다
독일 지휘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말러 교향곡 6번, 런던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샤를 뒤투아의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브람스 교향곡 4번….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연주될 공연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 중국 상하이 심포니홀에서 열릴 공연 목록이다. 이 곡들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모두 이 콘서트홀의 상주단체인 상하이심포니오케스트라(SSO)다.

중국 대륙 달구는 '클래식 열기'…전세계 거장들이 몰려간다
중국에서 클래식음악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 클래식 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열기가 한층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천만명에 달하는 중산층 자녀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중국 전역에 최신 음향시설을 갖춘 클래식 공연장이 연달아 세워지고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연주자·연주단체가 앞다퉈 중국을 찾는다. 미국 음악학교 줄리아드는 2018년 중국 톈진에 세계 첫 분교를 열 예정이다.

오늘날 중국 중산층 부모는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던 2000년을 똑똑히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더벅머리의 18세 소년이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디딤돌 삼아 어떻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 아티스트로 성장했는지 지켜봤다. 윤디와 라이벌 관계인 랑랑과 유자왕 등이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한 것도 클래식 교육열을 더 고취시켰다.

국가 차원의 문화예술 진흥정책도 큰 몫을 했다. 한동안 서구 부르주아 문화로 매도됐던 클래식은 인재 양성을 적극 장려하는 분야가 됐다.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NCPA)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초청하는 것은 물론 젊은 중국 작곡가의 곡을 선보인다. 또 중국 내 다른 지역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등 중국 연주자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있다.

NCPA를 비롯해 베이징 오페라하우스, 상하이 심포니홀, 상하이 오페라하우스 등 중국 공연장의 자금력은 어마어마하다. 독일에서는 통상 오페라하우스 상주인원이 130명 이상이면 A급으로 분류한다. 중국 오페라하우스의 상주 근무인력은 두세 배에 달하는 수백명이다. 한 해에 15편 이상 오페라 작품을 유치해 매일같이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음악칼럼니스트 박제성 씨는 “종합예술인 오페라 지원 규모를 보면 클래식 시장에 쏟아붓는 돈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도이체그라모폰(DG), 소니클래시컬 등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에서 앨범을 내는 것은 10~20년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클래식음악 시장이 세계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중국 연주자만은 다르다. 음반사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앨범을 기획 제작하면서 같은 수준의 연주자라도 이왕이면 중국인을 선호한다.

중국 클래식 시장은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관람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약점으로 지적된다. 중국에서 클래식 공연을 감상한 외국인은 기가 막히는 경험을 여러 번 한다. 연주 도중 전화를 받거나 연주에 대해 대화를 하는 것은 다반사다. 한 국내 음반사 관계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처럼 팝콘을 먹는 관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흐르면 개선될 부분이다. 국내 클래식음악 관계자들은 멀리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는 “고향인 유럽에서도 위축되고 있는 클래식이 중국에서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방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의 약진은 클래식음악도 비켜가지 않는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