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3함대 군악대원들이 20일 전남 영암군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은광학교 대강당에서 이 학교 관악부와 합주한 뒤 관객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3함대 군악대원들이 20일 전남 영암군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은광학교 대강당에서 이 학교 관악부와 합주한 뒤 관객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하나, 둘, 셋, 넷!”

20일 오후 2시 전남 영암군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은광학교 대강당. 해군 3함대 군악대장인 조세형 상사(36)가 평소와는 달리 구령을 외치며 연주 시작을 알렸다. 군악대원 29명이 재학생 8명과 졸업생 4명으로 이뤄진 은광학교 관악부와 합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악보를 볼 수 없는 은광학교 관악부원들은 이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과 해럴드 월터스의 ‘인스턴트 콘서트’ 두 곡(발췌)을 모두 외워 연주했다. 조 상사는 “신세계교향곡은 중간에 템포가 변하지만 지휘를 볼 수 없는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워 같은 템포로 연주했다”며 “두 곡을 합해 6분가량을 연주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오후에 학교버스로 군악대 연주실에 온 학생들과 5개월간 두세 시간씩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군악대 장병들은 은광학교 학생들에게 13년째 재능기부로 악기 연주를 가르치고 있다. 2002년 4월 관악부를 운영하던 은광학교는 전남교육청에 악기 연주를 지도해줄 자원봉사자를 요청했다. 마침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할 길을 찾던 3함대와 연결이 됐다. 해당 악기를 전공한 장병들이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악기 연주 요령을 전하고 합주를 시도했다. 장병들은 힘든 일이었지만 보람을 느꼈고 일부는 점자까지 배웠다고 전했다.

2002년 은광학교 고교 1학년생으로 관악부에 가입, ‘해군 선생님들’로부터 악기를 배운 뒤 모교에 부임한 김국준 교사(36)도 이날 색소폰 연주자로 무대에 올랐다. 김 교사는 “일반인보다 30배 이상 노력해야만 한 곡을 배울 수 있다”며 “군악대 장병의 도움으로 어려운 곡을 연주하면서 무엇이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덕분에 교단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됐다”고 말했다. 2002년 중사 시절부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 상사는 “학생들의 청력이 뛰어나 한 번 연주를 들려주면 그대로 연주해낼 때가 적지 않다”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학생들의 열정적인 자세에서 장병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