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진 씨의 ‘시각적인 시(Visual Poetry)’
권현진 씨의 ‘시각적인 시(Visual Poetry)’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프랑스 시인 장 콕토의 ‘귀’라는 짧은 시다. 조개껍질은 파도 소리로 이어지고, 다시 그 파도 소리로부터 자연스럽게 귀로 되돌아오는 원환적(圓環的) 구성이 돋보인다. 시적 언어를 추상적인 시각예술로 알록달록하게 묘사하는 화가가 있다. 색채 추상화가 권현진 씨(35)다. 권씨는 문학과 미술의 시각적 유사점을 붓끝에 흘려보낸다.

권씨가 2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 주제는 ‘시각적인 시(Visual Poetry)’. 풍경화가들이 보여주는 붓끝의 기교가 아니라 사물을 보고 가슴에서 배어나는 울림을 현란한 오방색 언어로 묘사한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마음속 다채로운 기억의 언어를 마치 시인처럼 화면에 끄집어낸 작품들이다.

작가는 “눈을 감아도 빛이 아른거리는 이미지들은 환영처럼 끝없이 부유한다”며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미지를 현란한 시각언어로 아울렀다”고 설명했다.

권씨의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성’을 오방색 시구로 묘사한 게 특징이다. 물 위에 비친 햇살을 색의 물결처럼 되살려낸 작품, 유년시절 추억을 색칠한 작품, 파란 바다 위에 물감을 흩뿌린 것 같은 작품 등은 무한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한 편의 서정시를 연상하게 한다.

이화여대와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미술을 공부한 권씨는 “대상, 색감, 질감 등 회화의 고유한 특질을 바탕으로 실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화면 위에 올려놓았다”며 “눈을 감고 수정체 표면에 맺힌 환상을 잡아내 시각예술로 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