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직원이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10일간 장기 휴가를 간다.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장기 휴가를 신청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다. 보통 연말 권장휴가는 있어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쓰지 못하던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업부별 임직원에게 다음달 25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의무적으로 장기 휴가를 신청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4일에 대한 연차를 소진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4일 연차를 신청하면 공휴일, 주말을 앞뒤로 붙여 모두 10일간 쉴 수 있다.

휴가 신청 공지를 본 직원들의 반응은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장기 휴가 지침을 내린 속내가 연차보상비를 줄이려는 데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연차 비용을 아낄 정도로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요즘 실적 악화 등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지난 9월 직원들에게 야근 최소화 방침을 공지한 것도 비용 절감 의도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9만8000여명(3분기 기준) 중 절반인 4만9000여명이 4일간 연차를 소진하기만 해도 125억원가량(직급별로 다름·하루 7만원 기준 계산시)을 아낄 수 있다. 한 직원은 “오랜만에 눈치 안 보고 연말 휴가를 갈 수 있어 좋으면서도 마음은 영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