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완 작가 "잘난 체하기 위한 독서는 액세서리일 뿐"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3년간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 1만권을 읽은 남자” “2년 반 동안 50여권의 책을 쓴 작가” “책 읽기와 책 쓰기의 멘토”…. ‘국내 출판계를 흔든 새 별’로 통하는 김병완 한국퀀텀리딩센터 대표(사진) 앞엔 늘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책에 미친 소년 같은 사람”이다.

김 대표는 현재 독서법 수업인 ‘독서혁명 프로젝트’와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목표로 진행 중인 일반인 대상 글쓰기 강의 ‘저자되기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이달 초 신간 《내 인생의 기적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를 펴낸 그가 최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특유의 활달하고 빠른 어조로 말했다. “사람들은 제가 책 만권을 읽었다고 하면 무슨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같은 어려운 책을 읽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합니다. 아이고, 저 그런 책 못 읽어요. 책을 읽고 쓰는 건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지 그걸로 남과 비교하거나 과시하려 하면 소화불량 걸려요.”

지금은 《48분 기적의 독서법》 《40대 다시 한 번 공부에 미쳐라》 《이건희 27 법칙》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지만 2008년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11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던 이른바 ‘공돌이’였다. 그는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가족과 부산에 내려가 날마다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던 이유에 대해 “원래 책 읽기와 별 인연이 없었다”며 “회사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무기력해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고,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얇은 책 한 권 다 읽기가 벅찼어요. 그런데 1년 정도 지나니까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속독과 숙독을 함께 합니다. 핵심 내용이 뭔지 짚어보는 속독을 먼저 한 뒤 기억에 남기고 싶은 책을 만나면 문장을 손으로 적어가며 숙독하죠.”

그는 “책읽을 때 가장 어리석은 행동은 ‘나 이만큼 많이 읽었다’ ‘나 이런 책도 읽었다’고 으스대는 것”이라며 “잘난 체하기 위한 독서는 본질을 잃은 것이며, 그렇게 책을 읽는 사람에겐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그저 액세서리일 뿐”이라고 일침을 놨다. “저 같은 경우엔 5000권이 기점이었습니다. 5000권까지 읽었을 땐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고, 지식이 축적된다는 기쁨이 컸어요. 그런데 읽은 책이 5000권을 넘으면서 책의 질, 책을 소화하는 제 자신의 능력을 먼저 보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그만큼 독서법의 기초가 없었던 것이죠.”

“지금까지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인생 최고의 책이요? 오늘 깊이 감명받은 것이라면 전부 다죠.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책이든 두꺼운 학술서든 상관없습니다. 만일 누군가 ‘그런 책이 뭐가 좋으냐’고 비웃는다면 그렇게 말한 사람의 마음가짐을 비웃으세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