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연을 결심한 40대 직장인 박모씨. 금연하라는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큰마음 먹고 집 근처 내과에서 금연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상담을 시작하고 금연약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를 처방받아 복용한 지 3주째. 첫주는 ‘적응기간’으로 흡연량을 조금 줄이고 약을 함께 복용했으며, 둘째주부터는 챔픽스 복용량도 늘리고 처음으로 담배 없는 생활을 시작했다. 담배를 끊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아직 담배를 봐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남은 9주 동안 진료를 받으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금연 ‘의지’만으로는 실패하는 것이 당연

금연 '작심평생' 되려면 치료가 필요해요
연초 금연 결심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6개월 이상 금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담배의 유혹을 잘 참다가도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권유한 담배 한 개비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다시 입에 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은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금연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의 70%는 금연을 원하고 30%는 금연을 시도하지만 실제 개인 의지로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개인 의지로 끊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이 금연을 결심했다가도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흡연자 51%는 ‘스트레스 때문에’ 금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38.9%는 ‘습관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금연을 하면 스트레스에 관한 지표가 개선된다. 담배가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는 통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정부의 각종 금연사업 활용 도움

보건복지부는 흡연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판단해 올해부터 금연지원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금연서비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보건소 금연클리닉이나 금연상담전화 등 국가제공서비스에 접근하기 힘들거나 금연지원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 대학생, 여성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서비스 대상자가 생활하는 공간으로 금연상담 버스가 찾아가 금연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금연 실천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흡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가벼운 흡연자부터 고도흡연자까지 단계별 흡연자에 맞춰 금연시스템을 설계했다. 금연 관련 의약품에 보조금도 지급해 저렴한 가격에 금연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고도흡연자를 위해 18개 지역금연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전문 금연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금연캠프에서는 금연서약서 쓰기 등 금연의지 제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금연지원센터에서 운영한 4박5일 금연캠프는 1~5기 캠프에 참여한 54명 중 2명을 제외하고 금연을 유지할 정도로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병의원을 통한 금연치료에 건강보험 혜택도 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 2월25일부터 금연치료를 희망하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8~12주 동안 금연치료 진료·상담을 6회 받을 수 있다. 1년에 2회까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진료비, 금연치료의약품 구입비의 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6개월 동안 금연에 성공하면 연 1회에 한해 1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