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제약산업 공동 콘퍼런스 2015’ 기자간담회에서 “제2의 한미약품이 나오려면 정부가 제약산업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미약품이 최근 초대형 기술 수출을 잇따라 이뤄내면서 국내에서 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통제 중심의 약가정책이 R&D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회장은 “결국 기업이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신약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의 약가정책은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특히 제약계에 가혹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출 제약사들이 거의 없어 저렴한 복제약 중심의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춰온 약가 인하 정책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정부 입장에서 지출이 점점 늘고 있는 보험재정을 적절히 유지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는 약가정책이 이루어질 때 제약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김옥연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회장도 “제약산업 발전과 보건 혜택을 나누어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는 “산업 발전과 국민 보건 혜택이 서로 병행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며 “보건의료에 대한 투자가 곧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것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의 협업(오픈 이노베이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제약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당장 경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장은 그들과 협업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국내 제약사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교류·협력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의기투합해 만든 행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올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주제로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의 R&D 및 라이선싱 분야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가했다. 올해 참석한 제약사는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교류를 통해 글로벌 R&D의 흐름에 보다 가까이 접하고 신약개발에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을 파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미약품같이 국내 제약사들이 추진하는 R&D 과제와 다국적 제약사 간 접목 가능성을 찾는다면 직접적인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