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경영 포기하는 포털사
카카오 네이버 등 ‘현금 부자’로 알려진 대형 포털 업체들이 무차입 경영을 포기한 채 빚을 늘리고 있다. 모바일 관련 신사업 투자 부담이 늘고 있지만 영업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24일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업체 카카오는 다음달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2005년 이후 10년 만의 채권 발행이다.

카카오의 존속기업인 다음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다. 벌어들인 현금으로 기존 빚을 갚고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해온 결과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서비스를 출시하고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업 인수에 따른 지출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올 1~3분기 6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카카오의 영업이익률은 9.8%였다. 작년 영업이익률 23%(합병회사를 전제로 작성한 2014년 재무정보 기준)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파트장은 “카카오는 올 들어 영업으로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인터넷 포털 네이버도 차입금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총차입금은 6770억원으로 작년 말(4550억원)보다 49% 늘었다. 총차입금은 2006년 ‘0’원에서 2013년 3000억원대에 진입한 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수익성은 하락 추세다. 올 1~3분기 2조4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은 23.7%로 작년 같은 기간의 28.1%를 밑돌고 있다.

차입금이 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재무 안정성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빚 규모를 웃도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 9월 말 현재 약 1조5000억원, 카카오는 5000억원에 달한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