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이대 강연…"유럽 이민자 수용은 새로운 피의 수혈"
“최근 난민 유입이 늘고 테러 등이 발생하면서 유럽에서 인종차별과 외국인 배척이라는 해묵은 악마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세계가 자칫 편견과 자신만의 믿음에 갇혀 있는 야만적인 조직으로 전락할까 걱정입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사진)는 25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이삼봉홀에서 열린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혼종(混種)과 풍요: 세계문학과 문화로 본 이주’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는 데 대해 그는 “정직하지 못한 유럽의 일부 정치인들이 자국이 처한 국가 부채나 경제 위기의 탓을 이민자에게 돌리고 있다”며 “이는 인종 차별적 선전의 부활”이라고 했다. 1930년대엔 유대인이나 집시가 차별의 ‘타깃’이었다면 이제 그 대상이 아시아, 이슬람권 사람들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평화와 번영의 가장 큰 위협은 위험을 피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이민자가 아니라 인종의 순수성이라는 ‘판타지’를 정체성으로 삼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화 시대에 영국의 성장을 이끈 것도 이주민들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1960년대 고도 산업 성장기에 이주자들의 노동력에 힘입어 발전을 이루고도 산업화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되자 그들을 경제위기의 책임자로,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범죄자로 비난하며 손가락질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문화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유입은 ‘새로운 피의 수혈’이자 ‘파종’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