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옵틱스는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교환렌즈를 생산하는 업체다. 해외 유명 사진작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프로야구시장에도 진출했다. 360도로 돌아가는 야구장 특수화면에 삼양옵틱스 렌즈가 사용됐다. 실적도 늘고 있다. 2013년 24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16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삼양옵틱스는 다음달 11일 코스닥시장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해외 동종업체 대비 낮은 PER

삼양옵틱스는 2013년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였다. 실적은 좋지 않았다. 2012년 기준 당기순손실이 171억원에 달했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는 당시 회사의 주력사업인 광학렌즈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인수했다. 물류, 바이오 등 비주력사업은 버리고 2013년 새롭게 회사를 설립해 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했다. 이후 노후장비 교체, 연구개발 등에 투자했다. 삼양옵틱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249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당시인 2013년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29%)은 동종 업체인 캐논(10%) 니콘(5%) 올림푸스(12%)를 앞선다.
삼양옵틱스,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2년 만에 코스닥 입성 추진
삼양옵틱스가 코스닥에 입성하면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회사로는 처음 증시에 입성하는 사례가 된다. 다음달 2~3일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주관사는 현대증권이다. 삼양옵틱스 공모가는 1만4500~1만8500원으로 설정됐다. 공모가 산정은 주가수익비율(PER) 평가방법을 적용했다. 비슷한 업종 회사의 PER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해성옵틱스와 세코닉스, 해외에서는 후지필름홀딩스, 니콘, 고프로, 탐론 등이 유사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들 회사의 2014년과 올해 반기 실적 PER은 18~21배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주당 평가액은 2만899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는 평가액 대비 11.5~30.6%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황충현 삼양옵틱스 대표는 “국내에는 교환렌즈 생산업체가 없어 해외 기업과 비교해야 한다”며 “고프로 등이 미국 증시에서 PER 30배를 적용받는 점을 고려하면 매력적인 공모가”라고 말했다.

◆사업영역 지속적 확대

이번 상장으로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이 없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삼양옵틱스 상장은 전량 구주매출로 이뤄진다. 보고펀드가 보유한 지분 100% 중 약 37%를 공모 형태로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신주 발행이 없기 때문에 회사에 신규 자금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사모펀드가 주인이다 보니 보호예수(6개월) 기간이 풀린 뒤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삼양옵틱스는 이 같은 우려를 고배당과 사업영역 확장으로 불식할 예정이다.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도 있지만 사모펀드가 경영할 경우의 특징은 배당률이 높다는 점이다. 한 해 벌어들인 이득 중 사업에 필요한 재투자 부분을 제외하고 남는 자금 대부분을 배당에 할당한다. 2014년 배당성향은 78.8%, 배당금은 102억원에 달했다.

신시장 개척으로 경쟁력도 높일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분야다. 프로야구에 사용되는 360도 화면은 야구장에 80대 정도의 렌즈를 설치해야 한다. 니콘, 캐논에 비해 렌즈가격이 절반인 삼양옵틱스가 이 시장을 노리는 이유다. 황 대표는 “렌즈 제품군을 다양화해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드론(무인비행기)시장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