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안전한 한국, 국민 재난대응 역량에 달렸다
일찍이 공자는 정명사상(正名思想)을 통해 모두가 각자의 직분을 다한다면 질서가 회복되고 모든 사람이 평안하게 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제각기 본분에 맞게 행동하고,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자연스럽게 사회질서가 확립되고 각자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공자의 사상은 오늘날 재난안전관리 분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 초대 장관으로서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과정에서 국민안전처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 줬다.

지난 1년간 범(汎)정부적 안전정책을 추진하고 각종 사고와 재난에 대응하며 얻은 결론은 대한민국의 안전은 국민안전처란 단일 부처의 힘만으로는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 내 다른 부처, 지방자치단체,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내지 않으면 안전은 언제 어디서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낚시어선 전복사고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현장에서 국민 각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잘 지키더라도 제도상 미비점이나 정책방향에 오류가 있다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안전정책을 잘 만들고,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며, 국민 개개인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킬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안전은 확보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 안전을 총괄·조정하는 국민안전처 역할은 명확하다. 앞으로 국민안전처는 정부와 지자체 국민이 안전과 관련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자 한다.

먼저, 예방중심으로 정부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다. 사고 발생 후 수습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재난안전관리 측면에서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안전사고 사망자 감축 목표관리제 도입, 주요 안전분야에 대한 표본점검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 불합리한 안전기준 개선, 국민안전 현장관찰단 운영 등 다양한 예방안전 시책들이 그것이다.

둘째, 재난안전정책 집행기관인 지자체의 역할과 기능 강화다. 초동대응과 현장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안전지수 공개, 지역안전개선 컨설팅 등 정책적 지원과 취약시설 개·보수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자체가 현장에서 충실히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셋째, 국민 각자의 재난대응 역량 강화다. 생활안전지도 등 국민 시각에서의 정보 제공, 생애주기별 안전교육지도 마련과 안전체험시설 확충을 통한 안전교육 강화, 소방차 길 터주기 등 국민이 참여하는 훈련 확대 등을 통해 국민 각자의 재난대응 역량을 높이고, 안전의식을 체화(體化)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출범 1주년을 맞아 국민안전처 전 직원들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불철주야 가다듬어온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협조와 참여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삼분정족(三分鼎足), 솥이 바로 서 있기 위해서는 균형된 세 개의 발이 필요하듯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안전처를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 국민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모두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대한민국이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인용 < 국민안전처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