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한·중 FTA 국회 비준동의안을 오는 30일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비준동의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부터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중 FTA가 연내 발효할 수 있게 됐다니 다행이다.

문제는 한·중 FTA 피해 보전 대책이다. 여야는 무역이득공유제는 도입하지 않는 대신 연간 1000억원 규모의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하려는 모양이다. 기업들로부터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동반성장기금과 비슷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출연 기업에는 손비처리, 세액공제 등의 혜택도 준다고 한다. 지금도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농어촌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기업들에 한·중 FTA 국회 통과 대가를 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필요하면 기업의 손목을 비틀면 된다는 발상이 너무 위험하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은 청년희망펀드,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 등 이런저런 준조세가 늘어 압박을 받는 지경이다. 이런 식이면 무역이득공유제와 다를 것도 없다.

더욱이 한·중 FTA는 농어업을 보호하느라 가장 낮은 수준의 개방을 택했다. 다른 FTA에 비해 농어민 피해 정도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정치권이 피해보전 운운하며 기업의 등을 떠미는 것은 곤란하다. 한·중 FTA를 볼모로 여야가 법안을 주고받는 입법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렇게 해서 악법과 독소조항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마지막 정기국회인데도 달라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