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일주일 전에 소박한 꿈을 잃었다. 떠나는 감독에게 100번째 승리 선물을 안기고 싶었지만 2위 다툼이라는 실질적인 목표,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 직행 티켓이 걸려 있는 경기였기에 수원 블루윙즈가 포항 스틸러스를 홈에서 2-1로 이긴 것이다. 포항 선수들은 5년간 그들의 곁을 지켜준 스승에게 그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안 되는 것이 축구였다. 그래도 포항 선수들은 정든 감독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또 다른 선물을 해 주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 바로 그것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29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마지막(38) 라운드 FC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강상우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11월의 마지막 일요일 낮 2시에 열린 정규리그 최종전에 1만 2381명의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었다. 그곳 스틸야드를 지난 5년간 용광로로 만들어주었던 황선홍 감독이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그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뛰고 또 뛰었다.
시작 후 16분만에 홈팀 포항의 선취골이 터졌다. 최재수가 왼발로 직접 프리킥을 감아넣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골은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 80분에 원정 팀 몰리나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은 것이다.
포항 선수들은 1-1 무승부로 경기를 끝낼 수 없었다. 100승은 못 이뤄도 떠나는 감독님에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선물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스럽게 밀려왔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귀중한 뜻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에 스틸야드가 용광로로 변했다. 김승대가 오른쪽 측면에서 역습 드리블을 빠르게 전개했고 곧바로 골문 앞으로 얼리 크로스가 올라왔다. 유제호의 왼발에 정확하게 이어진 것이다. 누가 봐도 결승골 순간이라 생각했지만 FC 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와 기막히게 막아냈다. 그래도 이 공은 강상우의 왼발에 걸렸다. 낮게 깔려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골을 터뜨린 강상우는 벤치 앞으로 달려와 황선홍 감독의 품에 안겼다. 황선홍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맡아서 195경기를 치르며 99승 49무 47패의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번 시즌에 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3위로 마감하며 2016년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황선홍 감독 최고의 시즌은 아무래도 2013년이 아닌가 싶다. 어떤 감독도 이루지 못한 더블 트로피(정규리그 우승, FA컵 우승)의 영광을 누렸기 때문이다. `스틸 타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포항 스틸러스는 황선홍 감독의 뒤를 이어 17세 이하 한국 청소년대표팀을 이끌고 FIFA U-17 월드컵 16강에 올랐던 최진철 감독을 선임했다. 2016년 2월로 예정된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팀 감독보다 더 바쁘게 겨울을 보내게 생겼다.
※ 2015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결과(29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
★ 포항 스틸러스 2-1 FC 서울 [득점 : 최재수(16분), 강상우(90+1분) / 몰리나(80분)]
◇ 2015 K리그 클래식 최종 순위표
1위 전북 현대 73점 22승 7무 9패 57득점 39실점 +18 *****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2위 수원 블루윙즈 67점 19승 10무 9패 60득점 43실점 +17 *****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3위 포항 스틸러스 66점 18승 12무 8패 49득점 32실점 +17 *****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4위 FC 서울 62점 17승 11무 10패 52득점 44실점 +8 ***** FA컵 우승 팀 자격,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5위 성남 FC 60점 15승 15무 8패 41득점 33실점 +8
6위 제주 유나이티드 50점 14승 8무 16패 55득점 56실점 -1
7위 울산 현대 53점 13승 14무 11패 54득점 45실점 +9
8위 인천 유나이티드 51점 13승 12무 13패 35득점 32실점 +3
9위 전남 드래곤즈 49점 12승 13무 13패 46득점 51실점 -5
10위 광주 FC 42점 10승 12무 16패 35득점 44실점 -9
11위 부산 아이파크 26점 5승 11무 22패 30득점 55실점 -25 ***** 수원 FC와 승강 플레이오프
12위 대전 시티즌 19점 4승 7무 27패 32득점 72실점 -40 ***** K리그 챌린지로 강등
심재철기자 winso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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