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30일 열린 제10회 고촌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오미 완지루, 김두현 종근당고촌재단 이사장, 나탈리아 베즈니나 박사, 멜레치오 메이타 코타 아스팟페루 대표. 종근당고촌재단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30일 열린 제10회 고촌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오미 완지루, 김두현 종근당고촌재단 이사장, 나탈리아 베즈니나 박사, 멜레치오 메이타 코타 아스팟페루 대표. 종근당고촌재단 제공
결핵은 저개발국가에서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병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발병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6·25전쟁 피란 당시 부산에 밀집한 인구가 다시 전국으로 흩어지는 과정에서 결핵균이 급속히 전파된 한국 특유의 역사적 배경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종근당은 일찍부터 결핵 퇴치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1980년대 자체 기술로 결핵치료제 ‘리팜피신’을 개발해 국내 결핵 퇴치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인도를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했다. 리팜피신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된 결핵치료제다. 종근당 창업주인 고촌 이종근 회장은 생전에 “저개발국가에서의 결핵 퇴치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같은 선대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5년 종근당고촌재단은 세계 빈곤국가의 결핵 퇴치를 위해 ‘고촌상’을 제정했다. 종근당고촌재단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이 손잡고 매년 저개발국가에서 결핵 퇴치에 기여한 의료인과 정부 관계자 등을 선정해 10만달러의 상금과 교육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국제기구와 손잡고 이 같은 수상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은 종근당이 유일하다.

2006년 1회 수상자로 엘에스 차우한 인도 보건성 결핵담당 부국장과 잠비아의 비영리단체 대표를 선정하는 등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결핵 퇴치에 앞장선 기관과 개인을 발굴해 수상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를 포함 10년 동안 18개 단체와 개인에게 총 100만달러의 상금을 주고 각종 교육사업을 후원했다.

제10회 고촌상 시상식은 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다. 결핵 퇴치와 결핵환자 관리에 기여한 공로로 러시아의 나탈리아 베즈니나 박사를 비롯해 나오미 완지루 케냐 간호사, 페루 보건단체 아스팟 페루가 공동수상자에 선정됐다.

베즈니나 박사는 러시아 교도소에 직접관찰치료법을 처음 도입해 수용자의 결핵치료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인근 중앙아시아 지역의 결핵환자 관리에도 기여했다. 공동 수상자인 나오미 완지루는 케냐 근교 지역의 결핵환자 관리와 인식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비영리 보건단체인 아스팟 페루는 학교 보건소 결핵예방과 의료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환자에게 숙식 및 재정지원 활동 등을 펼치는 기관이다.

김두현 종근당고촌재단 이사장은 “10회째를 맞은 고촌상은 그동안 세계적으로 결핵 퇴치에 앞장선 단체와 개인을 발굴하는 데 기여해 왔다”며 “결핵 퇴치에 평생을 이바지한 고촌의 유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활발한 지원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