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중국 거대시장 개척엔 기회…기존 B2B거래 무너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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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직구의 기회와 리스크
11월11일 하루 중국 온라인판매 22조원, 물류 6.8억건
기존 유통망 타격·물류 정체·높은 반품률도 문제
중국 플랫폼·6억명 온라인 구매자 활용 모델 개발 필요
권영소 < 중국 백세물류 한국사업본부장·이사 >
11월11일 하루 중국 온라인판매 22조원, 물류 6.8억건
기존 유통망 타격·물류 정체·높은 반품률도 문제
중국 플랫폼·6억명 온라인 구매자 활용 모델 개발 필요
권영소 < 중국 백세물류 한국사업본부장·이사 >
많은 사람이 지난 11일 열린 중국의 ‘1111행사’(光棍節·광군제는 이날 열린 알리바바그룹의 행사명)를 놀랍고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하루 만에 한국 연간 전자상거래 시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린 그 규모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상품을 직접 사갈 수 있는 ‘중국 역(逆)직구’를 빨리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은 절대 만만치 않다. 곳곳에 위험 요소가 있고 그 위험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올 1111행사 하루 거래액은 1229억4000만위안(약 22조원)이었다. 한국 전자상거래시장을 연 60조원(홈쇼핑 포함) 규모로 보는데, 하루 만에 그 3분의 1을 팔아치운 것이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의 티몰 매출이 912억1700만위안(약 16조원)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발생한 물류 주문도 6억8000만건으로 새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티몰에서 발생한 물류 주문은 4억6700만건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백세물류는 알리바바 계열 물류회사인데 이날 하루 평소 물량의 여섯 배인 3000만건의 물류 주문이 발생해 전사 자원을 총동원해 처리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물류·택배회사도 마찬가지여서 11월11일을 전후한 한 달간 중국 내수시장은 온라인의 독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번 1111행사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삼성이 휴대폰에서 체면을 세운 것과 이랜드가 31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언급할 것이 없을 정도다. 휴대폰은 화웨이와 샤오미가 1, 2등을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0.6%의 점유율에 그쳤다.
이 밖에 가전, 패션,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판매 상위 10위 이내에 한 업체도 들지 못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전자상거래가 중국 전체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지만 급성장을 계속해 중국의 전통적인 내수 유통구조를 잠식해나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 일각에서는 온라인의 급속한 성장이 중국 중소기업과 오프라인 유통망에 큰 타격을 줘 중국 내수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반품률에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 티몰의 광군제 행사 결과를 보면 반품률이 가전 25%, 남성복 35%, 여성복 40%에 달했다. 여성복 판매량 1위 기업인 H-STYLE(韓都衣舍)은 64%나 됐다. 반품률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제조업체와 브랜드사다. 티몰 등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은 이미 수수료(5.5%)를 챙겼고, 택배회사는 오히려 반품 택배까지 생겨 손해날 것이 없다.
또 중국 국가적으로 볼 때 기간산업 같은 성격도 지닌 물류가 1개월가량을 1111행사 물량을 처리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문제가 생겨난다. 특히 이 행사 때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이미 전국 각지에 있는 매장에도 있는 것들인데, 그 매장에서는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창고와 공장에서 다시 각 소비자에게 택배를 발송하는 국가적인 자원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시도가 긴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중국의 해외 직구는 한국에서는 ‘중국 역(逆)직구’라고 부른다. 중국 공식 명칭은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라는 뜻으로 ‘콰징뎬상(跨境電商·Cross Border Trade Ecommerce)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무자료거래, 가짜 판매 등 해외 대행구매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상하이 닝보 등 5개 도시를 해외직구 시범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이를 선전 칭다오 등 새로운 7개 도시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직구는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에서 직접 구매하고 국제운송을 통해 물건을 받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중국 해외직구는 반드시 중국의 세무, 관세시스템이 적용된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즉 티몰인터내셔널, 주메이글로벌, 진동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플랫폼에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합한 우편세(行郵稅)를 내면 되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입점한 회사의 제품은 위생허가증과 전자제품인증인 3C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이 면제된다.
이렇게 인증문제가 해결되고 관세도 낮아지면서 중국 역직구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해외직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중국 회사에 한한다는 것은 통관 간소화와 우편세의 적용 등이 한국 기업에 유리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한국 제품을 더 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해외직구로 팔리는 한국 제품 가격이 한국 소비자가격 대비 45~55% 수준으로, 한국의 정상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한국 소비자보다 더 싸게 사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소비자가 이 해외 직구 사이트에 공개되는 가격을 소매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간 B2B(기업 간 거래) 무역 유통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은 6억명이 넘는 온라인 구매자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 엄청난 인구 덕분에 티몰(쇼핑몰), QQ(SNS), 바이두(검색엔진) 등과 같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거인들이 출현했다. 이들 업체의 출현은 전통적인 오프라인업체엔 커다란 재앙이다.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좀 더 온라인 중시 사고를 해야 한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그 플랫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야 한다.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청년들에게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교육과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런 포석이 있어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권영소 < 중국 백세물류 한국사업본부장·이사 >
올 1111행사 하루 거래액은 1229억4000만위안(약 22조원)이었다. 한국 전자상거래시장을 연 60조원(홈쇼핑 포함) 규모로 보는데, 하루 만에 그 3분의 1을 팔아치운 것이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의 티몰 매출이 912억1700만위안(약 16조원)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발생한 물류 주문도 6억8000만건으로 새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티몰에서 발생한 물류 주문은 4억6700만건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백세물류는 알리바바 계열 물류회사인데 이날 하루 평소 물량의 여섯 배인 3000만건의 물류 주문이 발생해 전사 자원을 총동원해 처리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물류·택배회사도 마찬가지여서 11월11일을 전후한 한 달간 중국 내수시장은 온라인의 독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번 1111행사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삼성이 휴대폰에서 체면을 세운 것과 이랜드가 31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언급할 것이 없을 정도다. 휴대폰은 화웨이와 샤오미가 1, 2등을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0.6%의 점유율에 그쳤다.
이 밖에 가전, 패션,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판매 상위 10위 이내에 한 업체도 들지 못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전자상거래가 중국 전체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하지만 급성장을 계속해 중국의 전통적인 내수 유통구조를 잠식해나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 일각에서는 온라인의 급속한 성장이 중국 중소기업과 오프라인 유통망에 큰 타격을 줘 중국 내수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반품률에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 티몰의 광군제 행사 결과를 보면 반품률이 가전 25%, 남성복 35%, 여성복 40%에 달했다. 여성복 판매량 1위 기업인 H-STYLE(韓都衣舍)은 64%나 됐다. 반품률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제조업체와 브랜드사다. 티몰 등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은 이미 수수료(5.5%)를 챙겼고, 택배회사는 오히려 반품 택배까지 생겨 손해날 것이 없다.
또 중국 국가적으로 볼 때 기간산업 같은 성격도 지닌 물류가 1개월가량을 1111행사 물량을 처리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문제가 생겨난다. 특히 이 행사 때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이미 전국 각지에 있는 매장에도 있는 것들인데, 그 매장에서는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창고와 공장에서 다시 각 소비자에게 택배를 발송하는 국가적인 자원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시도가 긴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중국의 해외 직구는 한국에서는 ‘중국 역(逆)직구’라고 부른다. 중국 공식 명칭은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라는 뜻으로 ‘콰징뎬상(跨境電商·Cross Border Trade Ecommerce)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무자료거래, 가짜 판매 등 해외 대행구매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부터 상하이 닝보 등 5개 도시를 해외직구 시범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이를 선전 칭다오 등 새로운 7개 도시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해외직구는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에서 직접 구매하고 국제운송을 통해 물건을 받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중국 해외직구는 반드시 중국의 세무, 관세시스템이 적용된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즉 티몰인터내셔널, 주메이글로벌, 진동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플랫폼에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합한 우편세(行郵稅)를 내면 되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입점한 회사의 제품은 위생허가증과 전자제품인증인 3C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이 면제된다.
이렇게 인증문제가 해결되고 관세도 낮아지면서 중국 역직구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해외직구를 수행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중국 회사에 한한다는 것은 통관 간소화와 우편세의 적용 등이 한국 기업에 유리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한국 제품을 더 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해외직구로 팔리는 한국 제품 가격이 한국 소비자가격 대비 45~55% 수준으로, 한국의 정상제품을 중국 소비자가 한국 소비자보다 더 싸게 사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소비자가 이 해외 직구 사이트에 공개되는 가격을 소매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간 B2B(기업 간 거래) 무역 유통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은 6억명이 넘는 온라인 구매자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 엄청난 인구 덕분에 티몰(쇼핑몰), QQ(SNS), 바이두(검색엔진) 등과 같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거인들이 출현했다. 이들 업체의 출현은 전통적인 오프라인업체엔 커다란 재앙이다.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좀 더 온라인 중시 사고를 해야 한다.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그 플랫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내야 한다.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 있다. 우리 청년들에게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교육과 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그런 포석이 있어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권영소 < 중국 백세물류 한국사업본부장·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