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63년작 '새(The Birds)'의 모티브와 스틸컷을 차용해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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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한은 비둘기들의 대화

비둘기 1 : (울상인 표정) 우리 방 빼야 할지도 몰라. 여기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정문이 중요문화재야. 우리 배설물이 문화재 지붕 부식시킨다고 종종 청소하더니 이젠 방을 뺄 판이니. 시민 불만이 높다나 뭐라나.

비둘기 2 : (시니컬하게) 하아. 옛날이 좋았지. 88년 올림픽 때는 우리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사랑 받았는데. 지금은 혐오 동물 신세라니, 인간들이 풀어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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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우린 다행이야. 지금 한국은행 자체가 '비둘기' 천국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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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1 : (천진난만하게) 아 그 '비둘기'. (갑자기 겁에 질린 듯이) 근데 요새 소문이 흉흉해 조만간 미국 '매'들이 들이닥친다고 하거든. 저 인간 비둘기들도 조만간 '매'의 발톱을 드러낼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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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2 : (금시초문인 듯) 진짜 매? 우리 잡아먹는거 아냐? 끔찍하다. 어떡하려는거지?
히치콕의 영화 '새'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히치콕의 영화 '새'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비둘기 1 : (공부 잘하는 학생처럼) 근데 좀 애매해. 비둘기인 듯 비둘기 아닌 매 같은 온통 '매둘기'들이거든.

비둘기 2 : (공부 못하는 학생처럼) 매둘기? 양념 반 후라이드 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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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2. 매파 - 비둘기파 경제학 정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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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 급진 · 강경파를 지칭한다. 물가안정을 중시하고 통화긴축 정책을 옹호한다.

<비둘기파> : 온건파를 지칭한다. 성장을 중시해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을 옹호 한다.


그렇다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재닛 옐런 의장은 매파일까, 비둘까파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매인 듯 매 아닌 비둘기 같은, 매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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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총재 : 지난해 4월 취임, 시장에선 매파로 분류함, 취임 직후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하고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생기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는 문제(금리인상)를 논의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

그러나 이 총재는 취임 후 4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 사상 최저인 1% 대 금리시대(현행 1.5%)를 연 장본인. 매파로 불렸던 이 총재는 어느새 대표적인 비둘기로 변신. 시장에선 말만 매이지, 행동은 비둘기라는 비판이 나옴.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새'의 한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새'의 한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 옐런 의장 : '매파인듯 매파 아닌 매파 같은'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지난해 2월 벤 버냉키 전 의장의 뒤를 이어 취임. 이주열 총재와 불과 두 달 차. 버냉키는 임기말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경한 매의 목소리를 냈던 인물.

반면 옐런 의장은 경기 침체 악화를 막기 위해 테이퍼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경제 성장및 안정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내놓으면서 비둘기파로 분류. 그러나 2015년 내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매의 발톱을 드러냄.

지난 2일(현지시간)엔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미루면 위험하다"며 이달 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함. 물론 이미 미국 금리가 7년째 제로(0)금리이기 때문에 더이상 인하 여력도 없어 옐런의 금리 인상은 매파적 성향이 아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음.

▲ 결론 : 이주열 총재와 옐런 의장 모두 '매파인듯 매파 아닌 비둘기 같은' 매둘기.

# Scene 3. 매둘기의 역습금리 올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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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2 : (뭔가 깨달은 듯) 그러니까,12월 미국이 7년만에 금리를 올리는 게 확실해진거잖아. 비둘기 행세를 하던 옐런 의장이나 연준 의원들이 이제는 매파의 입장으로 돌아서서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해? 우리 서민들 삶이 너무 불안해지는 거 아니야?

비둘기 1 : (계속 공부 잘하는 학생처럼) 그럴 수도 있지. '매인 듯 매 아닌 비둘기 같은' 매둘기의 역습에 지금 미국,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가 좌불안석이야. 7년만의 미국 금리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두가 불안불안한 상황인거지.

그만큼 세계 경제는 새로운 거대한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거지. 분명한 건 미국이 장기간 써온 인위적 경기부양책인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벗어던지기 시작한다는 거야. 2008년 미국 리먼 사태 발(發)로 전세계를 덮친 금융 위기 국면에서 미국이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뜻이기도 해. 그래서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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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7년만에 금리를 올리는 이유

미국의 금리 인상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가 나어져서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로 금리 정책과 함께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장에 뿌리는 양적완화(QE3) 정책을 단행했다. 막대한 달러 유동성이 풀리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는 조금씩 개선됐다.

주택 자산시장 회복은 물론 실업률이 낮아지고 등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면서 미국도 출구 전략으로 선회하는 셈이다. Fed는 과잉 유동성 및 장기간의 제로 금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자산 시장 버블을 막기 위해 이미 수개월째 금리 인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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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건은 한국…美금리 인상, 악재? 호재?

글로벌 경제가 촘촘히 얽혀 있다보니 호재-악재 이분법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글로벌 경기를 이끄는 미국의 경기가 좋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전세계적 경기 침체 속도를 늦추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무역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높은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이란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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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여부다.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 1%(1.5%) 시대를 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미국에 덩달아 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 대출 등 가계 이자가 올라 살기는 더 팍팍해지지 않냐는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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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바로 금리인상에 동조하는 건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의 한 금통위원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국내 경기회복세가 견고하기 전까진 국내 금리인상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확인했다. 여전히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선택할만큼 국내 경제성장률이 개선되지 못해서다. 또 높은 가계 부채율도 인상의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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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는 가계부채 비율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가계부채 대부분은 아파트나 빌라 등을 살 때 빌려쓴 주택담보대출. 자칫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할 경우 가계 이자 부담 상승뿐만 아니라 건설 사업 등의 연쇄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가계는 현금이나 예금, 거래 가능한 주식 등 유동적인 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거의 최고 수준이다.

현재 가계 연체율도 매우 낮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금리 인상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이벤트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관계자들도 금리를 급격히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시장 혼란도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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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럽 일본 등 양적완화에 동참한 '거물'들이 미국을 따라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돌아선다면 한국도 인상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질 경우 국내 자본 유출 뇌관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흥국이 금리를 계속 낮출 경우에도 국가 신뢰도가 흔들려 자본이 이탈해 외환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 그만큼 기준 금리 변동은 국가적 경제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신중 또 신중해야 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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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4. 금리 인상 '역습'이 불안한 당신에게

비둘기 2 : (마치 뉴스 앵커처럼) 정리해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나 가계 부채 때문에 기준금리를 당장 따라 올리기 힘들다, 다만 차후 인상 가능성은 있다" 이 정도가 결론이겠구나. 그럼 별 문제 없는 거 아냐?

비둘기 1 : (여전히 공부 잘하는 학생처럼) 근데 매둘기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게 문제지. 매인지 비둘기인지 모를 어중간한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금리를 확 올릴 수도 있어. 해외 진짜 매파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가 준비했어. 금리인상 대비 꿀팁(TIP). 이거 4가지는 꼭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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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금보유 비중을 높이자 : 미국 금리인상 시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현금 비중을 높인 뒤 투자 타이밍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동안 전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은 그동안 풀었던 돈을 다시 회수한다는 것이므로 시장 변화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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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출금리, 변동보다는 고정이 'OK' :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론 따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자는 불안할텐데요. 가계부채 급증 우려로 정부가 대출 규제에 나서면 금리 상승세는 힘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변동금리 대출자라면 빨리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보다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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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B들이 추천한 금융상품은? :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금리인상 수혜 금융상품들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금융주치의로 불리는 각 증권사의 PB들은 미국뱅크론펀드(변동금리부 대출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 선진국 주식형 펀드, 물가연동국채 등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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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포트폴리오 재점검은 필수 : 분산투자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철저하게 세웠다고 해도 재점검은 필수입니다. 미국 금리인상을 기점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므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 Scene 5. 엔딩

비둘기 2 : (인생 허무하다는 듯) 에휴. 예나 지금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나, 없는 사람들이나 매둘기의 불확실성에 불안한 건 변함없는거 같아.

비둘기 1 : (영화 상식도 풍부한 공부 잘하는 학생처럼) 그렇지? 알프레도 히치콕의 영화 '새(The Birds)'에서 새들의 공격에 공포에 질린 인간들처럼 말이야.



비둘기 1, 2 : 내년에도 먹고 사는 문제는 여전히 미궁 속이네. 한국은행아~ 우리 비둘기도, 저 바깥 세상에 사는 서민들도 모두 잘 좀 부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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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자 1랩'은 기사 초기 기획부터 취재까지 기자와 뉴스랩이 함께 작업합니다. 기자 본연의 색다른 글쓰기(스토리텔링)를 강화하고, 모바일에 맞는 음운과 읽기 속도를 고민합니다. 의미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비주얼과 표현 방식을 유기적으로 결합합니다. 뉴스랩의 실험 문화를 외부로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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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usn00@hankyung.com

책임=김민성 기자, 연구=장세희 한경닷컴 기자 ss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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