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복을 입은 빈 소년합창단원들. 슈베르트와 하이든이 소년 시절 단원으로 활동했던 520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이 내년 1월 내한공연을 연다.  크레디아 제공
세일러복을 입은 빈 소년합창단원들. 슈베르트와 하이든이 소년 시절 단원으로 활동했던 520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이 내년 1월 내한공연을 연다. 크레디아 제공
슈베르트는 어린 시절 맑은 목소리와 뛰어난 청음 능력으로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 소년합창단원이 됐다. 하지만 정작 노래보다 작곡에 더 관심이 있어 지도교사에게 자주 혼이 났다. 그의 작곡 재능을 눈여겨보고 제자로 들인 사람은 빈 궁정악장을 맡고 있던 살리에리였다. 모차르트도 미사 시간에 자주 지휘를 맡았던 빈 궁정 소년합창단은 ‘빈 소년합창단’의 전신이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유럽 음악의 ‘살아있는 역사’나 다름없는 오랜 전통의 소년합창단들이 연말과 연초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1216년 창단해 세계 최고(最古)의 소년합창단으로 알려진 독일 ‘드레스덴 성 십자가 합창단’, 매년 빈 신년음악회 무대에 오르는 520년 역사의 ‘빈 소년합창단’, 1906년 창단된 프랑스 소년합창단의 대표격인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등이다. 맑고 투명한 보이 소프라노의 음색을 즐기면서 유장한 서양음악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다. 경쾌하면서도 격식을 갖춘 세일러복(빈 소년합창단), 흰 예복과 길게 늘어뜨린 십자가(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등 합창단별로 특색있는 유니폼도 눈여겨볼 만하다.

드레스덴 성 십자가 합창단은 3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투박하지만 깊이가 느껴지는 음색이 특색이다. ‘천상의 목소리’로 알려진 소년 합창단과 대조적인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단원 150명 중 36명이 팀을 이뤄 한국을 찾았다.

2008년 이후 7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하는 이들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크리스마스와 연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캐럴부터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 구노가 편곡한 바흐의 ‘아베마리아’ 등 바로크 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소프라노 서예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엑슐타테, 유빌라테’도 부른다.

8~15세 소년 100여명으로 구성된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의 매력은 무반주로 부르는 보이 소프라노의 순수함이다. 프랑스 남동부 알프스 산맥의 타미에수도원을 방문한 두 학생이 주축이 돼 창단했다. 초기에는 그레고리안 성가 풍의 종교음악에 치중하다 최근에는 민요와 흑인 영가, 샹송, 팝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있다.

선발된 정예 멤버 24명으로 공연팀을 꾸려 월드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오는 8일 수원 SK아트리움에서 시작해 서울(13일·20일), 대구(18일)를 거쳐 22일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 이르기까지 2주간 매일 총 14회 한국 투어를 진행한다. 이들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넬라 판타지아’와 ‘징글벨’ 등 캐럴을 부른다. 공연기획사 에스피에이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971년 첫 내한공연 이후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합창단”이라며 “투명함과 순수함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빈 소년합창단은 내년 1월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슈베르트의 ‘곤돌라의 뱃사공’, 중세 교회음악, 왈츠, 민요, 영화음악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 합창단원들은 열 살이 되면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하이든, 브루크너 4개 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팀은 브루크너 팀 27명이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관계자는 “‘넬라 판타지아’ 등 이전 빈 소년합창단 내한공연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며 “빈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하는 곡도 다수 포함했다”고 소개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