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일 새벽 예산안 처리의 막판 쟁점이었던 내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지원과 관련, 300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무상보육 재원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없이 일부 예산을 편법 지원하는 땜질식 처방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당은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지원 여부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여왔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누리과정은 지방교육청의 지방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사업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최근 교육부는 지방교육청이 누리과정을 의무편성(의무지출경비 지정)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도 교육청을 압박하기도 했다.

야당은 또 무상보육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만큼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인 2조원의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여당이 턱없이 부족한 논리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한다”며 “누리과정 예산 부족으로 인한 보육 대란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매년 학생은 줄지만 지방교육청으로 가는 교부금이 증가해 큰 부담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올해 39조4000억원인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내년에 41조3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지방교육청 재원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지방교육 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로 정해져 있어 세수가 늘어난 만큼 증가한다. 반면 초·중·고등학생은 같은 기간 614만5000명에서 594만6000명으로 줄어 지방교육청이 예산을 쓸 곳은 감소한다. 가만히 있어도 교부금이 늘어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협상에 진전이 없자 새누리당은 이날 노후 화장실 개선 등 학교시설 개선과 누리과정 지방채 이자 충당에 지출할 수 있는 목적예비비 명목으로 3000억원을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2조원 예산 지원을 주장하던 야당은 처음엔 버티다가 결국 3000억원에서 합의를 봤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강력 저지했지만 누리과정 예산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5064억원 편성됐다. 작년에도 이번처럼 예비비 명목으로 우회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마지막 지원이라고 못박았다. 대신 올해 지방재정법을 개정해 지방교육청의 추가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고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지방교육채 1조9000억원을 인수해 누리과정 예산을 우회적으로 지원했다. 올해에도 정부는 지원금과 별도로 공자기금에 1조5469억원을 편성해 지방교육재정에 보탤 계획이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담을 느낀 여야가 말 그대로 미봉책에 불과한 합의에 이른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매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정호/김주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