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음식문화에 담긴 현대인의 속물근성
프랑스 ‘오르톨랑 요리’는 멧새의 일종인 오르톨랑을 생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새를 어두운 상자에 넣고 며칠 동안 잡곡을 먹게 한 뒤 프랑스 브랜디인 아르마냐크에 산 채로 익사시킨 뒤 굽는다. 프랑스에서 불법인 이 요리가 언젠가 미국 뉴욕의 저명인사들이 모이는 비밀 시식회에 나왔다.

시식회가 끝날 무렵의 장면을 요리사 겸 작가 앤서니 보댕은 이렇게 묘사했다. “게슴츠레 황홀한 표정을 지은 채… 하나같이 막 성교를 끝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칼럼니스트 스티븐 풀은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요리가 단순히 ‘먹을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아님을 강조한다. 종교, 섹스, 인생관과 얽혀 거창하게 해석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미식 쇼쇼쇼》에서 음식 준비와 소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현시대의 풍조에 반기를 든다. 음식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관련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그 와중에 뒤틀린 우월감을 충족시키는 ‘푸디스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보는 푸디스트들은 속물근성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가공 처리된 음식을 경멸하지만 완전히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기란 불가능하다. 가공 처리된 음식은 안전 면에서 진보된 음식이다. 피시앤드칩스 등 서민 음식을 재조명해 정교하게 재발전시킨 뒤 결국 일반인이 사 먹을 엄두가 안 나도록 비싸게 하는 메뉴 개발 과정도 “노동자 계층의 음식을 농담거리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푸디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일관되게 느껴진다. TV를 켜면 셰프가 등장하는 요리 열풍에 신물이 난 독자들에게 권한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