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탄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연립정권 균열 조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에두아르두 쿠냐 연방하원의장은 지난해 정부회계가 재정법을 위반했다는 연방회계법원의 판결과 야권의 주장을 받아들여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연방회계법원은 호세프 정부가 국영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실업보험과 저가주택 공급 등 사회복지사업에 사용하고 이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며 지난 10월 이를 불법행위로 판결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쿠냐 의장이 탄핵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나는 공금을 횡령하지도 않았고 외국에 재산을 숨기거나 비밀계좌를 두지도 않았다"면서 쿠냐 의장을 공개로 비난했다.

이는 쿠냐 의장을 둘러싼 비리 스캔들 의혹을 언급한 것이다.

쿠냐 의장은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스위스 당국은 쿠냐 의장의 금융자산을 동결 조치했다.

연방하원 윤리위원회 심의 대상에 올라 사퇴 위기에 몰린 쿠냐 의장은 집권 노동자당(PT)에 지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냐 의장 자신이 비리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그가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노동자당은 쿠냐 의장의 탄핵 절차 개시 결정에 관해 연방대법원에 위헌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쿠냐 의장이 현 연립정권의 양대 축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권 내부의 균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쿠냐 의장의 결정에 따라 일단 탄핵 관련 절차는 시작된다.

연방하원은 모든 정당 대표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위원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평가해 권고안을 내놓아야 한다.

권고안이 나오면 이 안은 연방하원 전체회의의 표결에 부치게 된다.

탄핵안은 연방하원의원 513명 가운데 최소한 3분의 2(342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탄핵안이 연방하원을 통과하면 대통령의 직무가 최대 180일간 정지되고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는 상태에서 연방상원의 심의가 이루어진다.

연방상원은 청문회를 거쳐 탄핵안을 표결에 부친다.

탄핵이 이뤄지려면 연방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을 얻어야 한다.

탄핵안이 연방상원을 통과하면 대통령은 사퇴하고 8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부통령이 자동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잔여 임기를 마치게 된다.

브라질에서 대통령 탄핵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1954년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통령,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 1999년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대통령, 호세프 대통령 등이다.

이 가운데 의회 탄핵으로 쫓겨난 사람은 측근 비리에 연루된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이 유일하다.

한편,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면서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신뢰도 추락과 성장률 전망치 하락, 정부의 거버넌스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3%가량 오른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소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