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겨울 맛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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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번에는 향긋한 굴과 시원한 대구탕 맛을 찾아 경남 통영·거제로 간다. 통영 앞바다는 대부분 하얗다. 굴을 키우는 부표가 바다 위를 홑이불처럼 덮고 있다. 멍게용도 있지만 대부분은 굴 양식용이다. 양식이라고는 하나 엄밀하게 보면 그렇지 않다. 인공으로 부화시켜 사료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연 굴의 유생을 조가비에 붙여 바다 생물로 키우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동트기 전에 나가 싱싱한 굴을 거둬 온다.
굴은 11월부터 3월까지가 한창 때다. 통영·거제·남해와 고흥·장흥, 서산·태안 등 남서해안 일대의 ‘굴 벨트’에서 두루 나지만 그 중 통영이 최대 산지다. 바다에서 바로 건져온 굴을 까는 건 아낙네들 몫이다. 그들의 노동요는 촉촉하면서도 매끄럽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예찬한 ‘목으로 생굴이 미끄러져 들어갈 때의 그 감촉’ 같다.
같은 성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굴튀김을 술안주로 즐겼고, 옛날 카사노바가 생굴을 하루에 50개씩 먹었다는 얘기는 새로울 것도 없다. 미네랄 성분이 성적 에너지를 자극하기 때문에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보양식이다. 보통음식에 적게 들어 있는 아연과 셀레늄, 철분, 칼슘, 비타민 A·D가 많으니 영양 좋고 피부에도 좋다. ‘바다의 우유’ ‘바위에 붙은 꽃(石花)’으로 불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항구 주변이든 시내 한복판 어디든 통영에선 싱싱한 생굴 향이 겨우내 흘러넘친다. 통영 굴은 맛이 좋아 해외에서도 인기다. 세계 최대 굴 소비시장인 중국과 일본 수요가 늘어나 올해 수출은 1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쓰나미 때문에 일본 굴 생산이 줄어든 뒤 우리 굴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도 한다.
거제에서도 겨울 굴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거제 내간리 해안 식당들의 굴구이와 굴튀김, 굴무침, 굴죽 등이 일품이다. 특히 널따란 철판 위에 생굴을 껍질째 올려놓고 구워 먹는 맛은 거제 별미 중 으뜸이다. 입안 가득 고이는 즙과 쫄깃한 식감이 고소함을 더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사람도 있지만 굴 자체의 간이 짭짤해서 그냥 먹는 게 더 맛있다.
거제 하면 떠오르는 제철요리로 대구탕도 유명하다. 국내 최대 대구 집산지인 외포항의 ‘대구탕 거리’에 식당이 몰려 있다. 대구는 산란기인 12~2월에 알을 가득 품고 있어 맛이 제일 좋다. 뽀얀 국물에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 소금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하다. 올해는 어획 감소로 생대구값이 올랐다니 오히려 군침이 더 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굴은 11월부터 3월까지가 한창 때다. 통영·거제·남해와 고흥·장흥, 서산·태안 등 남서해안 일대의 ‘굴 벨트’에서 두루 나지만 그 중 통영이 최대 산지다. 바다에서 바로 건져온 굴을 까는 건 아낙네들 몫이다. 그들의 노동요는 촉촉하면서도 매끄럽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예찬한 ‘목으로 생굴이 미끄러져 들어갈 때의 그 감촉’ 같다.
같은 성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굴튀김을 술안주로 즐겼고, 옛날 카사노바가 생굴을 하루에 50개씩 먹었다는 얘기는 새로울 것도 없다. 미네랄 성분이 성적 에너지를 자극하기 때문에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보양식이다. 보통음식에 적게 들어 있는 아연과 셀레늄, 철분, 칼슘, 비타민 A·D가 많으니 영양 좋고 피부에도 좋다. ‘바다의 우유’ ‘바위에 붙은 꽃(石花)’으로 불린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항구 주변이든 시내 한복판 어디든 통영에선 싱싱한 생굴 향이 겨우내 흘러넘친다. 통영 굴은 맛이 좋아 해외에서도 인기다. 세계 최대 굴 소비시장인 중국과 일본 수요가 늘어나 올해 수출은 1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쓰나미 때문에 일본 굴 생산이 줄어든 뒤 우리 굴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도 한다.
거제에서도 겨울 굴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거제 내간리 해안 식당들의 굴구이와 굴튀김, 굴무침, 굴죽 등이 일품이다. 특히 널따란 철판 위에 생굴을 껍질째 올려놓고 구워 먹는 맛은 거제 별미 중 으뜸이다. 입안 가득 고이는 즙과 쫄깃한 식감이 고소함을 더한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사람도 있지만 굴 자체의 간이 짭짤해서 그냥 먹는 게 더 맛있다.
거제 하면 떠오르는 제철요리로 대구탕도 유명하다. 국내 최대 대구 집산지인 외포항의 ‘대구탕 거리’에 식당이 몰려 있다. 대구는 산란기인 12~2월에 알을 가득 품고 있어 맛이 제일 좋다. 뽀얀 국물에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 소금으로 간을 해 깊고 그윽하다. 올해는 어획 감소로 생대구값이 올랐다니 오히려 군침이 더 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