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장원 경제'…플랫폼은 개인역량 착취, 개인은 부속품화
‘007 스카이폴’의 주제가를 부른 영국 싱어송라이터 아델(사진)이 최근 팝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내놓은 3집 ‘25’가 1주일 만에 338만장이나 팔려 첫 주 최다 판매 앨범에 올랐다. 이전까지 첫 주에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2000년 3월 발매된 엔싱크의 ‘노 스트링스 어태치드’로 242만장이 판매됐다. 팝음악계는 인터넷에 접속해 음악을 실시간으로 듣는 스트리밍 시대에 아델의 새 음반이 2000년대 앨범 판매량을 추월한 것에 경탄을 금치 못 하고 있다.

이번 앨범 돌풍의 이면에는 아델과 테일러 스위프트, 제이지 등 영미권 팝스타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반(反)스트리밍 정서가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분배가 불투명하고 가수나 작곡가 등 저작권자 대신 음원 스트리밍 회사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 ‘25’에 수록된 11곡 모두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없다. 팬들은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CD를 사는 등 음악을 ‘소장’해야 한다. 이번 앨범의 판매량이 확 오른 이유다.

아델은 지난 1일 음악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아홉 살짜리 애들은 CD가 뭔지 모른다”며 음원을 소장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내비쳤다.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이곳에 음원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오랜 줄다리기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힙합 뮤지션 제이지는 기존 스트리밍 업체들에 반발해 창작자를 위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표방한 ‘타이달’을 운영한다.

정보기술(IT) 기반 플랫폼과 이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인 간의 반목은 대중의 주목을 받는 음악시장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와 게임 회사들, 운송·유통 등을 IT를 통해 혁신한 각종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서비스 참여자 등 여러 영역에서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은 플랫폼 회사가 ‘봉이 김선달’식 장사를 하며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고 비난한다. 플랫폼 회사는 ‘판’을 깔아 시장을 넓힌 몫을 챙겨야 한다고 맞선다.

문제는 플랫폼의 본질적 가치가 얼마인지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앱 장터가 적용하고 있는 7 대 3의 수수료 비율, 혹은 국내 음원업계에서 적용하고 있는 6 대 4의 매출 분배 비율은 적정한 것일까. 시장 창출로 인한 플랫폼 회사의 기여도와 여기에 참여하는 개인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 사이의 균형점은 어디인지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의 협의로 결정하거나 원치 않는 개인이 플랫폼에서 빠지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구축에 진입 장벽이 있어서다. 플랫폼 업체들이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다고 느껴도 개인이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나설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미래학자 마리나 고비스는 신간 《증폭의 시대》에서 자유로운 인터넷 연결로 인해 개인의 힘이 증폭될 것이라 내다보면서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일부 예견했다. 이른바 ‘디지털 장원 경제’다. 플랫폼 회사가 개인의 역량을 착취하고, 개인은 플랫폼의 부속품으로 기능한다는 예측이다.

최근 광고기반 음원스트리밍 스타트업 ‘비트패킹컴퍼니’(이하 비트)를 둘러싼 논란도 이와 무관치 않다. 라디오를 닮은 방식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 전체 음원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비트’와,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길을 터주지 않으려 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갈등은 플랫폼과 개인의 시각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