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별빛정원전  한국관광공사 제공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별빛정원전 한국관광공사 제공
온 세상이 숨을 죽이고 움츠러드는 겨울. 혹독하고 삭막하게 느껴지는 계절, 춥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무기력하고 우울해지기 쉽다. 추위를 이기고 자신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여행을 떠나보자. 전국 곳곳에서 잠든 에너지를 불태울 만한 축제가 열린다. 빛과 눈, 낚시의 묘미가 어우러진 축제를 즐기다 보면 깨닫게 된다. 겨울이 생각보다 훨씬 낭만적이고 따스한 계절이라는 것을.

불빛축제-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황홀함

겨울은 불빛 축제가 더욱 찬란하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알록달록 눈부신 조명의 조화는 얼어붙은 마음마저 따뜻하게 데워준다.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떠나는 겨울 불빛축제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굽이치는 오색 빛의 축제 속으로

노란 불빛으로 뒤덮인 전남 보성의 차밭
노란 불빛으로 뒤덮인 전남 보성의 차밭
녹색 파도가 출렁이는 걸까. 계단식 밭이 끝없이 물결치는 전남 보성의 차밭. 사진만 봐도 그윽한 차 향기가 묻어나는 듯하다. 봄에 싱그럽던 보성 차밭은 겨울이면 빛의 축제장으로 바뀐다. 보성차밭빛축제(light.boseong.go.kr)는 봇재다원과 다향각, 율포솔밭해수욕장 등에 빛의 융단을 펼쳐내는 행사다.

제1축제장인 봇재~다향각 일원은 밀레니엄 트리, 은하수 터널, 빛의 거리, 포토존 등으로 꾸며진다. 200만개의 LED 전구를 이용해 빛의 물결로 바뀌는 녹차밭이 백미.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조명에 절로 터져 나오는 환호성이 겨울밤을 가득 채운다. 2000년 기네스북에 등록된 대형 트리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높이 120m, 폭 130m에 이르는 트리는 LED조명을 이용해 눈꽃이 내린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제2축제장인 율포솔밭해수욕장에는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빛의 거리와 거북선 용두, 공룡, 비룡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빛 축제 외에도 소망카드 달기, 다짐의 계단, 주말 상설공연 등도 벌어진다.

보성차밭빛축제는 오는 11일 저녁 점등식을 시작으로 내년 1월24일까지 45일간 열린다. 점등시간은 일~목요일은 오후 6~10시, 금·토요일과 성탄절 전야는 밤 12시까지다. 12월31일엔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점등한다. 입장료는 없다. 보성군 문화관광과 (061)850-5211~4

행사 장소:전남 보성군 회천면 녹차로 617

◆고요함을 깨뜨리는 빛의 향연

대관령눈꽃축제의 하트 조각상
대관령눈꽃축제의 하트 조각상
겨울은 죽음의 계절이 아니다. 눈 덮인 고요 속에서 온기를 품고 때를 기다리는 시기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칠수록 더욱 강해지는 생명의 힘을 느끼러 떠나보자.

경기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morningcalm.co.kr)은 축령산의 빼어난 경관을 배경으로 조성된 원예수목원이다. 5000여종의 식물이 있고, 33만㎡에 하경정원, 에덴정원, 아침광장, 하늘길, 분재정원, 한국정원 등 20여개의 특색 있는 주제 정원을 꾸며놓았다.

겨울이면 아침고요수목원의 식물들은 몸을 사리고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흰 눈에 뒤덮여 소박하게 바뀐 각 정원의 모습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차갑고 한적한 겨울 수목원에 활기를 불어넣는 행사는 2007년부터 열고 있는 ‘오색별빛정원전’이다. 수목원 내 전 정원을 밑그림 삼아 펼쳐지는 빛의 축제로 내년 3월13일까지 열린다.

올해 오색별빛정원전의 주제는 ‘위드 러브(with LOVE)’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좋을 만큼 낭만적으로 꾸밀 예정이다. 달빛정원에 가면 작은 교회와 아기천사들이 반겨준다. 아기 코끼리와 루돌프 사슴도 보인다. 차가운 심장마저 녹일 만큼 따스한 풍경. 현실로 튀어나온 겨울동화가 따로 없다.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색색의 불빛이 보는 이의 감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점등시간은 평균적으로 오후 5시께다. 평일과 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1시까지 빛 축제를 연다. 평일 기준 성인 8000원, 어린이 5000원부터. 1544-6703

행사 장소:경기 가평군 아침고요수목원 내 주요 정원
 강원 태백산의 설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 태백산의 설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눈 축제-천지를 하얗게 뒤덮는 낭만이 여기에

삽시간에 온 세상을 하얗게 채우는 눈은 겨울의 상징이다. 제대로 눈을 즐기고 싶다면 도시를 벗어나 보자. 차를 막히게 하고, 길을 미끄럽게 하는 위험한 눈은 없다. 귀찮기만 하던 눈은 축제의 현장에서 아름답고 포근한 존재로 탈바꿈한다.

◆동계올림픽의 열기를 미리 느껴볼까

강릉에 살던 율곡 이이가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가던 때의 일이다. 대관령 굽이를 넘을 때마다 곶감을 한 개씩 먹었는데 다 넘고 보니 100개 중 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대관령을 ‘아흔아홉굽이’ 고갯길로 부르는 까닭이다. 지금은 시원하게 뚫린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터널길 때문에 옛날이야기가 됐다.

이번 겨울 대관령에서는 눈꽃과 얼음이 어우러진 축제가 펼쳐진다. 강원 평창군 횡계리 일원에서 내년 1월8~31일 열리는 대관령 눈꽃축제(snowfestival.net)다. 1993년 처음 시작한 축제로, 회를 거듭하면서 전국 12대 문화축제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발전했다.

올해 대관령 눈꽃축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자축하는 행사로 더욱 풍부한 즐길거리와 색다른 체험 이벤트로 채워진다. 행사장은 다양한 대형 눈조각과 얼음조각 등으로 꾸민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인 뽀로로, 아이언맨, 슈렉과 피오나 공주 등이 등장했으며 올해 역시 흥미로운 조각들을 대거 만들 전망이다.

눈썰매, 얼음썰매, 미끄럼틀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비롯해 스노 봅슬레이, 스노 래프팅 등의 겨울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또 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노르딕 경기 미니코스, 스키점프, 아이스 점핑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입장료·체험비는 미정. (033)335-3995

행사 장소: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661-123

◆요정이 나올 듯한 순백의 겨울 세계


강원 태백은 추운 겨울이 더 매력적인 고장이다. 눈꽃이 피어오른 겨울의 태백산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시다. 수북하게 쌓인 눈을 감상하며 즐기는 여행은 겨울 여행의 백미 중 하나다.

내년 1월22~31일 태백산과 태백산도립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태백산 눈축제’는 설국으로 변한 태백을 신나는 축제장으로 바꾸는 행사다. 이번 축제의 주요 무대는 태백산 도립공원 당골광장이다. 국내외 유명 눈 조각가의 대형 눈 조각 작품과 함께 창의력과 개성 넘치는 전국 대학생들의 눈 조각도 전시한다.

관람이 전부가 아니다. 30m 길이의 대형 눈 미끄럼틀에서 스릴을 느끼거나, 이글루 카페 안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닥터피시 족욕탕, 시베리안 허스키 개썰매 타기, 추억의 겨울 놀이마당 등도 하루를 짧게 한다.

청정동산의 향토 먹거리타운은 태백의 이색적인 겨울 별미를 준비하며, 환희동산에서는 눈으로 연탄 만들기, 떡메치기, 전통 스키인 고로쇠나무 썰매 체험 등을 통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시내에서 열리는 ‘별빛페스티벌’에서는 화려한 조명과 조형물이 황지연못, 중앙로, 태백역 등을 장식할 예정이다.

축제 기간에 임무를 수행하면 기념품도 준다. 황지연못, 상장동 벽화마을 등에서 인증사진 찍기, 중앙로 상가에서 장보기 등을 하고 미션카드에 도장을 받으면 된다. 미션카드는 태백역 관광안내소 등에서 나눠준다. 태백산 눈축제가 열리는 곳이 태백산도립공원인 만큼 태백산에 올라 아름다운 눈꽃까지 감상한다면 금상첨화다. 태백산눈축제추진위원회 (033)550-2085

행사 장소:강원 태백시 태백산로 4834-31
낚시 축제 - 잊을 수 없는 ‘손맛’의 짜릿함

어느덧 ‘겨울축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낚시축제. 두꺼운 방한복을 차려 입은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강태공으로 변신한다. 한 마리만 잡아도 세상이 내 것인 양 소리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곳. 스릴과 재미, 멋과 맛이 넘치는 겨울 낚시의 현장으로 떠나보자.
화천 산천어축제의 산천어 맨손잡기 행사
화천 산천어축제의 산천어 맨손잡기 행사
◆펄떡이는 산천어를 내 품에

미국 CNN이 ‘겨울의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한 한국의 축제가 있다. 강원 화천 산천어축제(narafestival.com)다. 산천어를 잡는 재미에 눈과 얼음이 함께하는 행사로 이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해마다 100만명 넘는 사람이 찾는 까닭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9~31일 열리는 화천 산천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산천어 낚시다. 얼음판 위에서 추위와 싸우며 산천어가 잡히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은 설레고 안타깝다. 금방이라도 대어를 낚을 것만 같지만 쉽지 않은 노릇. 그러나 오래도록 기다려 산천어를 낚는 묘미는 영원히 잊지 못할 쾌감을 준다. 그 ‘손맛’을 잊지 못하고 매년 축제장을 찾는 이도 많다.

낚시로 잡기 어렵다면 물속으로 뛰어들면 된다. ‘산천어 맨손잡기’ 체험은 춥지만 고기를 낚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소매에 반바지만 입고 물에 들어가 맨손으로 잡으면 그만. 커다란 산천어를 품에 안고 환호하는 이들은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뼛속까지 차가운 물에 뛰어드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연신 웃게 하는 행사다.

산천어를 잡았다면 이제 맛볼 차례. 낚시터 근처에는 각종 구이터와 회센터가 있다. 직접 잡은 산천어를 굽거나 싱싱한 회로 맛보는 것은 그 어떤 일품요리보다 낫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밤까지 즐겨야 제맛이다. 화천초등학교에서 우체국까지 이어지는 선등거리는 산천어 모양의 등이 빼곡하다. 거리를 환히 밝히는 산천어가 하늘을 헤엄치는 듯한 장면이 꿈을 꾸듯 인상적이다. 1688-3005

행사 장소:강원 화천군 화천천 및 3개 읍면 일원

◆갓 잡은 ‘영양 만점’ 빙어 드세요

산천어를 잡는 외국인 관광객
산천어를 잡는 외국인 관광객
얼음낚시로 잡는 물고기 중 가장 작은 것이 빙어다. 작지만 잡는 즐거움은 크다. 떼 지어 몰려다니는 빙어의 특성상 한 번 미끼를 물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 또한 빙어는 영양을 균형 있게 갖춘 물고기다. 저열량 식품이자 칼슘, 비타민이 다른 물고기보다 많아 건강에도 좋다.

내년 1월16~24일 열리는 강원 인제 빙어축제(injefestival.co.kr)에서 직접 빙어잡이에 나서보자. 빙어축제를 하려면 소양강 댐의 수위가 적어도 173m 이상 돼야 한다. 지난번 축제는 극심한 가뭄으로 취소됐으나 최근 비가 많이 내려 내년 행사 개최가 무난할 전망이다.

빙어축제장은 인제대교 아래 소양호 상류에 있다. 겨울이 되면 물줄기가 얼어붙기 때문에 빙어떼가 소양호 상류로 몰려온다. 빙어축제가 열리기 좋은 환경을 갖춘 셈. 빙어축제장은 안타까움과 환희가 교차하는 현장이다. 갓 잡은 빙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환호성과 달리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어깨를 늘어뜨린 이들도 없지 않을 터.

하지만 축제장 주변에 빙어회와 튀김 등을 파는 음식점이 즐비하니 배고플 일은 없다. 통째로 튀긴 빙어를 먹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축제장 주변에서 눈썰매나 얼음 자전거 등을 함께 즐기는 것도 좋다. 인제군문화재단 (033)460-8971~4

행사 장소:강원 인제군 남면 부평리 소양강댐 상류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