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K옥션 경매에 추정가 6억~10억원으로 출품되는 박수근의 ‘모자’(34.2×20.2cm).
15일 K옥션 경매에 추정가 6억~10억원으로 출품되는 박수근의 ‘모자’(34.2×20.2cm).
‘국민화가’ 박수근과 김환기, 천경자의 그림을 비롯해 한국의 대표적 미술 장르인 단색화, 조선시대 대형 불화와 목동자상,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 등 고가 미술품 600여점이 미술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8일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 아이옥션(217점)을 시작으로 오는 15일 K옥션(189점), 16일 서울옥션(198점)이 차례로 벌이는 겨울 경매를 통해서다. 세 회사가 내놓은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약 260억원. 지난 9월 메이저 경매보다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홍콩 미술시장에 불어닥친 ‘김환기 열풍’이 국내 시장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인 데다 미술경기 회복 후 작품값이 오르고 환금성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김환기 ‘섬 이야기’ 16억원에

김환기 화백의 ‘섬 이야기’
김환기 화백의 ‘섬 이야기’
K옥션은 김환기의 그림을 비롯해 박수근 장욱진 도상봉 이대원 등 거장들의 수작 189점(117억원)을 경매에 부친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2013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김환기의 1940년대 도쿄시대 작품 ‘섬 이야기’. 고향인 기좌도를 소재로 그린 작품으로 항아리를 머리에 인 여인들과 산, 새를 운동감 있게 묘사했다. 경매 시작가는 16억원이다. 또 1960년대 제작된 ‘산’(5억8000만~12억원), 뉴욕에서 그린 점화 ‘26-Ⅱ-69 #41’(7억~14억원), 1930년대 작품 ‘꽃’(3억~5억원) 등 김환기의 작품 여덟 점이 출품된다.

박수근 화백이 타계하기 한 해 전에 그린 1964년 걸작 ‘모자’도 추정가 6억~10억원에 나온다. 어머니가 아들을 껴안고 있는 모습을 화강암 같은 질감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의 미술애호가 매트 유탈 부부가 소장했다가 이번 경매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천경자 화백의 ‘테레사 수녀’
천경자 화백의 ‘테레사 수녀’
천경자의 ‘새와 여인’(4억5000만~6억5000만원), 백남준의 ‘무제’ 등 비디오 아트 작품 석 점, 추사 김정희가 진주 강씨 집안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친필 편액 ‘삼세기영지가’(三世耆英之家·6000만~8000만원)도 주인을 찾는다. 프리뷰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02)3479-8824

◆천경자 ‘테레사 수녀’ 8억~12억원

서울옥션은 전략상품으로 보물 제1210호인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幀)’을 추정가 40억~150억원에 내놓았다. 조선 영조 1년(1725년) 5월에 조성된 이 괘불탱은 꽃비 속에 서 있는 건장하고 자연스러운 보살형 입상으로, 18세기 괘불의 시원이 되는 작품이다. 지난 8월 작고한 천경자 화백의 1970년대 대표작 ‘테레사 수녀’는 추정가 8억~12억원에 나온다. 천 화백 작품 중 유일하게 종교적 색채가 담긴 작품으로, 석채(石彩)로 작업했다. 18세기 제작된 ‘백자원통형연적(白磁圓筒形硯滴)’이 추정가 4억~8억원에 나오고, 도상봉의 1967년작 ‘항아리’는 2억5000만~3억5000만원, 겸재 정선의 ‘설경산수(雪景山水)’는 1억2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출품작 198점(130억원)은 15일까지 평창동 본사 경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02)395-0330

◆1000만원 미만 중저가 고미술품

목조동자상
목조동자상
아이옥션의 8일 경매에는 도자기 58점을 비롯해 민속품 59점, 고서화 66점 등 217점(약 18억원)이 소개된다. 이 가운데 190여점은 추정가가 1000만원 이하다.

일본에서 환수된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 매조장생문병’(10억원)을 비롯해 나무로 만든 동자상(3500만~6000만원), 뚜껑이 있는 백자호(2500만~4000만원), 금과 은가루로 거북과 호랑이, 노송, 학 등을 그려 넣은 육각 항아리(3500만~6000만원) 등이 비교적 저렴하게 나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 ‘적멸위락(寂滅爲樂·열반의 경지를 참된 즐거움으로 삼는 일)’도 눈길을 끈다. (02)733-6430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지난달 홍콩 경매시장에서 국내외 컬렉터들이 한국 화가들의 그림 300억원어치를 매입해 국내시장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며 “국내 경매에도 홍콩시장의 ‘온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