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회장 "농협금융, 미얀마·인도네시아 진출할 것"
농협금융그룹이 은행권 최초로 미얀마에 농협은행 현지법인을 설립한다. 또 미얀마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농협금융의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에 글로벌 사업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미얀마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이날 이 같은 김 회장의 구상을 반영한 내년 사업계획 및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을 한국판 크레디아그리콜(협동조합을 모태로 한 프랑스의 글로벌 금융회사)로 키우겠다는 게 내년 사업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김 회장이 밝힌 내년 사업계획의 핵심은 ‘세계시장 진출’이다. 1차 목표는 한국식 농협금융에 관심이 큰 동남아시아, 그중에서도 미얀마로 잡았다. 우선 내년 미얀마 에 은행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지 소매금융 시장과 인프라금융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농협은행 미얀마법인을 통해 현지 도시건설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투자금융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최근 미얀마 현지 부동산개발회사와 업무 관련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중소 규모의 미얀마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용환 회장 "농협금융, 미얀마·인도네시아 진출할 것"
농협금융은 이 같은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개편도 했다. 농협금융지주 안에 글로벌전략국을 신설, 계열사별로 따로 진행하던 해외시장 진출 사업을 총괄·기획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글로벌전략국에는 금융지주 소속 임직원 10여명이 배치된다. 다만 현안이 있을 때는 계열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 홍콩에 은행·증권·보험을 한데 묶어 취급하는 파이낸셜센터도 세운다. 농협금융은 이 센터를 통해 해외 기업과의 합작 및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해외 영업망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투자은행(IB) 역량도 강화

김 회장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아온 기업투자금융(CIB) 분야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지주에 ‘CIB 활성화 협의회’를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협의회는 IB 업무와 관련해 계열사 간 협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다.

아울러 내년 초 농협은행의 프라이빗에쿼티(PE)단을 NH투자증권에 편입시켜 사모펀드 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의 IB 역량을 키워 내년부터 헤지펀드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핀테크(금융+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비(非)대면 채널 상품 개발과 판매, 마케팅을 총괄할 스마트금융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센터를 통해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나 신한은행의 써니뱅크처럼 모바일전문은행 시스템을 개발해 연 10% 안팎의 중(中)금리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농협은행에 기업고객본부를 새로 설치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협금융 산하 금융연구소에는 산업분석팀을 신설한다. 체계적인 산업 분석을 통해 선제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거액의 부실여신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경영 체질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NH농협생명·손해보험은 내년에 최소 인력만 늘리고, 농협은행은 내년 1월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두고 이달 중 300명 안팎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