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STX조선해양에 4500억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이어 STX조선까지 경영난에 빠진 조선소를 전부 살리겠다는 것이어서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조만간 전체 채권단회의를 열어 STX조선에 4500억원가량을 지원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STX조선 최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STX조선에 대한 실사를 벌여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과는 다른 결론이다.

STX조선에 지원하는 4500억원은 2013년 채권단이 STX조선과 자율협약을 맺을 때 지원하기로 한 자금 4조5000억원 가운데 아직 집행하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과한 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이 2013년 이후 STX조선에 4조원 이상을 투입했음에도 경영 정상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STX조선은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물동량 감소로 선박 수요가 줄고 선박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이 STX조선을 또 지원하기로 한 것은 6만명에 달하는 직간접 고용 효과를 무시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조선업계는 보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협력사 줄도산과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법정관리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TX조선이 전 직원 급여 10% 삭감, 인력 30% 감축 등의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먼저 제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STX조선을 법정관리로 보내면 채권단이 3조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겠다던 정부가 대부분 조선사를 살리겠다고 나서 공급 과잉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조선업 구조조정을 완료했고, 중국도 조선사 숫자를 줄이고 있다”며 “한국만 모든 조선사를 살리면 제살 깎아 먹기식 과당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