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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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독일에서 오스트리아와 체코, 헝가리, 불가리아를 거쳐 루마니아의 황금삼각주를 휘감으며 흑해까지 흘러드는 도나우강. 슈트라우스 2세의 선율처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안단티노의 서곡으로 유유히 흐르다 점차 희망으로 물결치고 힘찬 클라이맥스로 바다를 보듬는다.
유람선 관광객들은 이 강물을 따라가며 왈츠 속의 ‘괴로움에 허덕이는 그대’와 ‘젊고도 향기로운 그대’를 만난다. 오랫동안 동서 유럽을 잇는 문화의 젖줄이인 이 물길에서 ‘마치 광맥에서 빛을 발하는 황금’ 같은 기쁨을 얻기도 한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시작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거쳐 북해로 이어지는 라인강 유람선 투어도 장관이다. 유럽에서 가장 긴 볼가강을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는 네바강, 중국 충칭(重慶)에서 동으로 길게 흐르는 장강(양쯔강), 상하이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황푸강 유람선은 또 어떤가.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런던 템스강과 파리 센강 유람선도 낭만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들 강의 너비는 우리 한강의 3분의 1, 4분의 1에 불과하다. 수도 한복판을 흐르는 강의 폭이 1㎞ 이상인 것은 한강과 이집트 카이로의 나일강 정도다. 한강에도 잠실~뚝섬~여의도 등에 관광유람선이 다니긴 하지만 런던이나 파리만큼 인기를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넓어서 오히려 휑한 데다 변변한 볼거리도 별로 없다.
서해와 한강을 잇는 뱃길 사업도 끊겼다. 그나마 인천~김포 구간의 아라뱃길 유람선을 여의도까지 연장 운항하자는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인천시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의 요청을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에서 아라뱃길을 지나 한강 여의도까지 1000t급 관광 유람선을 운항하자는 제안인데 왜 그럴까. 더구나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한다는데.
최근 보도를 보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환경 파괴 문제와 전임 시장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환경 문제라면 이미 한강에 700t급 유람선이 다니는 상황에서 1000t급이어서 안 된다는 논리는 와닿지 않는다. 여의도에 정박하지 않고 선유도와 밤섬 사이까지만 갔다가 회항하자는 제안에도 요지부동이다. 폭이 한강의 절반밖에 안 되는 북한의 대동강에도 1230명 정원의 3500t급 유람선이 다니지 않는가.
전임 시장 사업이어서 그렇다면 더 부끄러운 일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치수(治水)나 관광산업에까지 눈앞의 정치 논리를 갖다 붙여서야 어떻게 큰일을 하겠나.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유람선 관광객들은 이 강물을 따라가며 왈츠 속의 ‘괴로움에 허덕이는 그대’와 ‘젊고도 향기로운 그대’를 만난다. 오랫동안 동서 유럽을 잇는 문화의 젖줄이인 이 물길에서 ‘마치 광맥에서 빛을 발하는 황금’ 같은 기쁨을 얻기도 한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시작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거쳐 북해로 이어지는 라인강 유람선 투어도 장관이다. 유럽에서 가장 긴 볼가강을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는 네바강, 중국 충칭(重慶)에서 동으로 길게 흐르는 장강(양쯔강), 상하이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황푸강 유람선은 또 어떤가.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런던 템스강과 파리 센강 유람선도 낭만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이들 강의 너비는 우리 한강의 3분의 1, 4분의 1에 불과하다. 수도 한복판을 흐르는 강의 폭이 1㎞ 이상인 것은 한강과 이집트 카이로의 나일강 정도다. 한강에도 잠실~뚝섬~여의도 등에 관광유람선이 다니긴 하지만 런던이나 파리만큼 인기를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넓어서 오히려 휑한 데다 변변한 볼거리도 별로 없다.
서해와 한강을 잇는 뱃길 사업도 끊겼다. 그나마 인천~김포 구간의 아라뱃길 유람선을 여의도까지 연장 운항하자는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인천시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의 요청을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에서 아라뱃길을 지나 한강 여의도까지 1000t급 관광 유람선을 운항하자는 제안인데 왜 그럴까. 더구나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한다는데.
최근 보도를 보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환경 파괴 문제와 전임 시장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환경 문제라면 이미 한강에 700t급 유람선이 다니는 상황에서 1000t급이어서 안 된다는 논리는 와닿지 않는다. 여의도에 정박하지 않고 선유도와 밤섬 사이까지만 갔다가 회항하자는 제안에도 요지부동이다. 폭이 한강의 절반밖에 안 되는 북한의 대동강에도 1230명 정원의 3500t급 유람선이 다니지 않는가.
전임 시장 사업이어서 그렇다면 더 부끄러운 일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치수(治水)나 관광산업에까지 눈앞의 정치 논리를 갖다 붙여서야 어떻게 큰일을 하겠나.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