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에도 4500억원을 더 투입해 살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법정관리 등으로 가려면 3조원에 달하는 선수금 환급보증 중 큰 부분을 안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부담이 너무 과중해진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성동조선처럼 STX조선도 비슷한 이유로 또 추가 금융지원을 받게 됐고, 수출입은행의 부실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가 나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오히려 지원자금을 더 쏟아붓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부실회사를 살리겠다는 얘기만 들린다. 특히 부실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모양새다.

정책금융이 부실해지면서 수출입은행의 건전성은 이미 위험수위에 들어갔다. BIS기준 총자본비율이 올 들어 1.06%포인트 급락해 9.44%(9월 말)로 떨어졌다. 자본 적정성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로 꼴찌다. 손실에 대비한 여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산업은행과 정부가 또 한 번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 수출입은행 살리기에 급급해하고 있지만 중환자들을 고쳐야 할 의사가 중병에 걸린 꼴이다. 대우조선을 제대로 구조조정하려 했더니 수출입은행이 물린 것만 대출과 이행보증금을 합쳐 8조원에 달해 손을 못 댄다는 형편이다.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부실의 바닥이 과연 어디인지 정확한 계산도 어려울 것이다. 산업은행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금융이 퍼주기 창구로 ‘좀비기업’ 양성소처럼 된 것은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쪽도 마찬가지다. 10년 이상 장기보증을 받는 기업이 3741개, 20년 이상은 600개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정책보증제도 개편안이 지난달 초 뒤늦게 나왔지만 부실한 정책금융으로 좀비기업들을 처리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선 부실을 한 건만 제대로 하려고 해도 대형 국책은행이 날아갈 판이다.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는 꼴이다. 더구나 내년, 후년 줄줄이 큰 선거도 있다.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어떻게 할지 정부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 이런 부실 정책 금융기관들을 놔둔 채 무슨 금융개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