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 사람과 물체 모습이 입체로 보이는 3차원(3D) TV는 최근 들어 소비자에게 주목받는 기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TV를 볼 때 특수 안경을 써야 하고 화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성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 책임연구원(사진)은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맨눈으로 선명한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15년 전 입체 디스플레이 연구에 들어갈 때부터 무(無)안경 방식의 3D 디스플레이에 주목했다. 안경 방식은 무안경 방식보다 화질이 10배 이상 뛰어나지만, 소비자들이 결국에는 안경이 필요 없는 기술을 선택할 것이란 예측에서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안경 3D 디스플레이가 갖고 있는 낮은 해상도, 제한적인 시청 위치, 화면에 나타나는 불필요한 노이즈(잡음신호) 같은 약점을 해결할 방안을 찾았다. TV를 보는 사람의 얼굴 위치를 반영한 위치기반 3D 기술은 물론 어느 위치에서 봐도 높은 화질의 3D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까지 확보해 상용화의 기반을 닦았다.

김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무안경 방식 3D TV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로 평가받아 지난해 국내 대기업에 이전됐다. 그는 장비 기술 국산화에도 기여했다. 3D 디스플레이 분야는 워낙 최신 기술이다 보니 아직 전 세계 표준 평가 방법이 없다.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기술은 광고와 의료,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기술 완성도를 높여 상용화를 추진하는 한편 홀로그램 수준의 3D 화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무안경 3D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