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논란 '2라운드'] 논란 끊이지 않던 통상임금 '신의칙'…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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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또 전원합의체 구성
2013년 법리 제시 후에도 하급심 오락가락 판결
'경영상 어려움' 기준 등 구체적 내용 나올지 주목
2013년 법리 제시 후에도 하급심 오락가락 판결
'경영상 어려움' 기준 등 구체적 내용 나올지 주목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소급 청구를 제한하는 요건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전원합의체를 구성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법리를 제시한 이후에도 2년 가까이 혼란이 지속돼 대법원이 다시 나서기로 했다. 전원합의체에서는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재무 항목과 경영상의 어려움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명확히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법원, 또 전원합의체 구성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인천 시내버스 업체인 시영운수 소속 근로자 23명이 2013년 4월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최근 회부했다. 시영운수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다시 계산한 초과근로수당 등 미지급 부분을 소급해서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시영운수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임금을 확대하라는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며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월 상고장을 접수한 대법원은 4명으로 이뤄진 소부(小部)에 사건을 배정했다가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이관했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소부 내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또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일 때 구성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사건의 법리를 세우기 위해 2013년 8월 갑을오토텍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그해 12월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는 10월19일 전원합의체를 구성해 최종 판결은 내년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하급심마다 신의칙 판단 엇갈려
대법원이 2013년 12월 판결에서 제시한 신의칙 적용 요건은 ①정기상여금에 관한 사건일 것 ②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가 있을 것 ③근로자의 소급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낳을 것 등이다. 이런 요건에 해당하면 신의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소급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대법원이 신의칙 요건을 내놨음에도 2년 가까이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혼란이 지속되자 구체적인 법리를 내놓으려고 전원합의체를 구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출, 순이익, 보유 현금 등 다양한 재무제표 항목 가운데 무엇을 주로 볼 것인지, 판단 시점은 언제로 볼 것인지 등 하급심마다 다르게 제시하고 있는 신의칙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이번에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급심에서는 순이익을 판단 지표로 삼은 사건에서도 구체적인 적용 항목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 사건에서 1심 법원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순이익을 냈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부정(신의칙 적용 불가)했지만 2심에선 1998년 설립 이후 10여년간 누적 손실이 1조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신의칙을 적용했다.
경영 지표보다 기업의 실질 주체에 따라 신의칙 적용 여부를 결정한 사건도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와 광주도시철도공사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중앙·지방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공사는 예산 확대가 사기업보다 쉽다”며 신의칙을 부정했다.
그러나 이 기준도 매번 적용된 것은 아니다. 부산시가 사실상 주체인 부산교통공사 사건에서는 “공사의 손실이 커지면 실질적으로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자들의 청구를 인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 대법원은 통상임금 사건에서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강현우/양병훈 기자 hkang@hankyung.com
◆대법원, 또 전원합의체 구성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인천 시내버스 업체인 시영운수 소속 근로자 23명이 2013년 4월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최근 회부했다. 시영운수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다시 계산한 초과근로수당 등 미지급 부분을 소급해서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시영운수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임금을 확대하라는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며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월 상고장을 접수한 대법원은 4명으로 이뤄진 소부(小部)에 사건을 배정했다가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이관했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소부 내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또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일 때 구성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사건의 법리를 세우기 위해 2013년 8월 갑을오토텍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그해 12월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는 10월19일 전원합의체를 구성해 최종 판결은 내년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하급심마다 신의칙 판단 엇갈려
대법원이 2013년 12월 판결에서 제시한 신의칙 적용 요건은 ①정기상여금에 관한 사건일 것 ②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가 있을 것 ③근로자의 소급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낳을 것 등이다. 이런 요건에 해당하면 신의칙을 위반하기 때문에 소급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대법원이 신의칙 요건을 내놨음에도 2년 가까이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혼란이 지속되자 구체적인 법리를 내놓으려고 전원합의체를 구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출, 순이익, 보유 현금 등 다양한 재무제표 항목 가운데 무엇을 주로 볼 것인지, 판단 시점은 언제로 볼 것인지 등 하급심마다 다르게 제시하고 있는 신의칙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이번에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급심에서는 순이익을 판단 지표로 삼은 사건에서도 구체적인 적용 항목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 사건에서 1심 법원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순이익을 냈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부정(신의칙 적용 불가)했지만 2심에선 1998년 설립 이후 10여년간 누적 손실이 1조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신의칙을 적용했다.
경영 지표보다 기업의 실질 주체에 따라 신의칙 적용 여부를 결정한 사건도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와 광주도시철도공사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중앙·지방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공사는 예산 확대가 사기업보다 쉽다”며 신의칙을 부정했다.
그러나 이 기준도 매번 적용된 것은 아니다. 부산시가 사실상 주체인 부산교통공사 사건에서는 “공사의 손실이 커지면 실질적으로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으므로 근로자들의 청구를 인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 대법원은 통상임금 사건에서 근로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강현우/양병훈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