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공연

오는 12일 경기 안산을 시작으로 15일 충남 천안, 17일 광주, 21일 서울에서 연주회를 여는 노부스 콰르텟 멤버들을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멤버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0) 김영욱(26), 첼리스트 문웅휘(27), 비올리스트 이승원(25). 이번 공연은 1년9개월여 만에 여는 일곱 번째 정기연주회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 공연은 현악4중주단으로는 이례적으로 실내악 전문 연주장인 IBK챔버홀 대신 대형 음악홀인 콘서트홀을 무대로 잡았다. 리더인 김재영은 “그동안 연주를 아꼈던 레퍼토리인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제14번 ‘죽음과 소녀’를 연주자에겐 상징적인 무대인 콘서트홀에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죽음과 소녀’와 함께 브리튼의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 그리그의 현악4중주 제1번을 연주한다.
‘죽음과 소녀’는 슈베르트가 1824년 완성한 곡으로, 영원한 잠으로서의 죽음이 주는 안락함을 표현했다. 그가 먼저 작곡한 동명의 가곡 가사에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소녀와 이를 달래는 죽음의 대화가 담겨 있다. 가곡의 선율은 현악4중주 2악장에 녹아 있다.
문웅휘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지만 연주자는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음악에 담긴 의미를 십분 살리기 위해서는 정말 잘할 수 있을 때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뜸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승원에게 ‘죽음과 소녀’는 평생에 걸쳐 연주하고 싶은 곡이다. 그는 “‘죽음과 소녀’는 현악4중주의 정점에 있는 곡”이라며 “이 곡을 꾸준히 연주하면서 10년 주기로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욱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인상적인 슈베르트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모차르트콩쿠르 우승과 함께 세계적 4중주단이 소속된 독일 매니지먼트사 짐멘아우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해 세계 무대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는 오스트리아 빈 뮤직페라인에 이어 한국팀 최초로 독일 베를린뮤직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 내년 봄에는 일본 도쿄 산토리홀 30주년 기념 실내악축제에 초청받아 간다. 지난 10월 녹음한 첫 음반은 내년 3월 프랑스 레이블 아파르테를 통해 발매된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11번과 작품95 ‘세리오소’, 윤이상의 현악4중주 1번 등이 담겼다.
“어린 나이에 현악4중주단을 조직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왔어요. 콩쿠르 입상과 활발한 활동을 통해 ‘실내악이라는 세계도 있다’는 걸 음악을 전공하는 후배들과 관객에게 알린 것이 가장 뿌듯한 일이죠.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이승원)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