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의 덫…토목공사는 건건이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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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 위해 공시한 H사 투자설명서 뜯어보니…
토목사업 원가율 100.6%…100억 공사땐 6000만원 손해
주택사업으로 적자 메워
"원가율 노출되면 수주전 불리"…회사채 발행 포기한 회사도
토목사업 원가율 100.6%…100억 공사땐 6000만원 손해
주택사업으로 적자 메워
"원가율 노출되면 수주전 불리"…회사채 발행 포기한 회사도
대형 건설회사 H사가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한 철도 도로 등 토목사업 원가율이 10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공사비를 써낸 건설업체가 공사를 따내는 ‘최저가 낙찰제’ 때문에 적자를 보고 있다는 건설업계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회사 중 한 곳인 H사가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담긴 올해 사업 부문별 원가율을 보면 토목사업 원가율은 100.6%에 달한다. 100억원짜리 토목공사를 했다면 6000만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원가율은 발주처에서 받은 공사비(매출액)에서 자재비와 인건비 등 현장에서 쓴 공사비(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회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진행 중인 토목공사들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서울지하철 건설공사는 예정 원가율이 120%에 달해 이미 1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예정 원가율이 113%인 지방의 한 도로건설공사도 현재까지 적자만 40억원에 이른다. 원가율 산정에서 제외되는, 매출액의 5~6% 안팎인 본사 일반관리비를 더할 경우 실제 적자폭은 더 커진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토목사업 적자를 메우는 건 주택 및 건축사업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회사의 주택사업 원가율은 85.9%, 건축사업 원가율은 94.3%였다.
H사는 원가율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분양 주택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관련 부서 외에는 사내에서도 공유하지 않는 대외비로 꼽히는 아파트 분양률도 함께 공개했다.
이 회사가 사업부별 원가율과 아파트 분양률을 공개한 것은 회사채 발행에 앞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정보를 공시하라는 금융 당국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과 10월 회사채를 발행한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인 K사와 D사도 금융 당국의 요구에 따라 같은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던 한 건설회사는 원가율 등의 공개에 따른 사업 위험이 크다고 판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율이 노출되면 해외 경쟁사가 우리의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향후 수주전에서 이를 역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에게 우리 패를 다 보여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회사 중 한 곳인 H사가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위해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담긴 올해 사업 부문별 원가율을 보면 토목사업 원가율은 100.6%에 달한다. 100억원짜리 토목공사를 했다면 6000만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원가율은 발주처에서 받은 공사비(매출액)에서 자재비와 인건비 등 현장에서 쓴 공사비(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회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진행 중인 토목공사들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서울지하철 건설공사는 예정 원가율이 120%에 달해 이미 1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예정 원가율이 113%인 지방의 한 도로건설공사도 현재까지 적자만 40억원에 이른다. 원가율 산정에서 제외되는, 매출액의 5~6% 안팎인 본사 일반관리비를 더할 경우 실제 적자폭은 더 커진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토목사업 적자를 메우는 건 주택 및 건축사업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회사의 주택사업 원가율은 85.9%, 건축사업 원가율은 94.3%였다.
H사는 원가율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분양 주택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관련 부서 외에는 사내에서도 공유하지 않는 대외비로 꼽히는 아파트 분양률도 함께 공개했다.
이 회사가 사업부별 원가율과 아파트 분양률을 공개한 것은 회사채 발행에 앞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정보를 공시하라는 금융 당국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과 10월 회사채를 발행한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인 K사와 D사도 금융 당국의 요구에 따라 같은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던 한 건설회사는 원가율 등의 공개에 따른 사업 위험이 크다고 판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율이 노출되면 해외 경쟁사가 우리의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향후 수주전에서 이를 역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적에게 우리 패를 다 보여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