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과 관련, 한국 정부가 요청한 21개 기술 항목에 대해 수출허가(EL)를 승인했다. 방위사업청은 KF-X 사업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판단, 이달 중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체계개발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 대표단이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록히드마틴으로부터 21개 항목에 대한 미 국무부의 EL 승인서류를 건네받았다”며 “미국 정부가 EL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보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으로부터 ‘큰 틀(frame)에서’ 21개 항목에 대해 기술이전을 받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에 제공할 상세기술 내역을 명시했지만 ‘시험평가분석기술’ 등 개발 단계에서 시급하지 않거나 추가 검토가 요구되는 일부 기술은 제외했다. 방사청은 그간 21개 항목에 대해 11월 중 한꺼번에 기술을 받을 수 있다고 수차례 공언해왔지만 협상 결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 이와 관련, 방사청은 국민에게 혼선을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한국과 미국은 일부 기술적으로 구체화가 필요한 세부내용은 사업추진 기간에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과 미국은 KF-X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은 KF-X 사업을 최대한도로 지원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외교부, 방사청 관계자들은 지난 3일까지 미국을 방문, 미 정부 및 록히드마틴 등과 협의를 벌였다. 록히드마틴은 헬멧시현장치(HMD) 통합기술, 항공전자시스템 운용프로그램(OFP) 설계 기술 등 21개 항목에 대해 큰 틀에서 기술을 넘겨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 넘겨받지 못한 기술이나 개발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필요성이 나타난 기술에 대해 앞으로 EL 개정협상 과정에서 이전을 요구하기로 했다.

록히드마틴은 F-35 40대를 62억8000만달러에 수출하면서 한국 측에 38억4000만달러의 절충교역을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이 중 14억1000만달러는 KF-X 기술이전으로 이행해야 한다.

록히드마틴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관련 기술자료를 제공하고 수백명의 기술진을 한국항공우주산업에 파견, 개발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게 된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