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형사과와 수사과에서 형사 20명을 빼내 조계사 경계 근무에 보냈다.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탈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의 차출 기간은 하루였지만 수서경찰서는 이틀간 업무 차질을 빚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하루를 추위에 떨며 근무하면 하루는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며 “서울 전역의 경찰서가 비슷한 상황으로 민생 치안에 문제가 발생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숨은 지 24일째를 맞으면서 검거 및 경계 작전에 투입된 일선 경찰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민생 치안을 담당해야 할 강력계와 수사 인력이 조계사에 투입돼 범인 검거 등에 차질이 생기는 등 ‘민생치안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조계사 인근에는 1280명의 경찰이 투입돼 있다. 한 위원장의 도주를 막기 위해 650명이 배치돼 있으며 민주노총의 구출작전을 차단하기 위한 경비인력도 630명이 있다. 경비인력 630명은 주로 전경과 의경이지만 조계사에 근접 배치한 650명은 형사과와 수사과 형사들이다. 조계사를 관내에 둔 종로경찰서에서 200여명이 나왔고 나머지 서울 시내 경찰서 30개에서 하루 3곳씩 교대로 인력을 차출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인력 차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송파서 관계자는 “사건은 경찰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강력범 검거 등 수사를 맡은 형사가 조계사 주변을 지키는 시간만큼 사건 해결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벌써 일선 경찰서에서는 업무 처리 지연과 관련한 민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관내에서 사건이 발생한 종로서는 특히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4주째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엿새에 한 번 돌아오던 당직 근무도 사흘에 한 번씩 해야 한다. 한 종로서 관계자는 “모든 역량이 조계사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 수사를 비롯한 통상적인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며 “지구대에서 올라오는 사건을 접수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실정”이라고 했다.

조계종은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이라고 경찰 진입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계사 종무원은 한 위원장이 숨어 있는 관음전과 경내를 연결하는 다리를 해체하며 경찰의 체포작전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계사 측은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혜/김동현/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