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서비스산업 육성] '부자 병원' 논란 13년…꼭꼭 숨어버린 일자리 70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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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부가 시동 건 서비스산업 육성 번번이 좌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리병원'까지 추진
현 정부 '영리' 뺐지만 야당 억지에 또 발목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리병원'까지 추진
현 정부 '영리' 뺐지만 야당 억지에 또 발목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가 결국 무산돼 박근혜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역대 정부도 고용 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을 추진했지만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 정부에선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 강하게 밀어붙였던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실체도 없는 ‘부자들만의 병원’ 논란에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이 발목을 잡혔다. 제조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만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강도 높게 추진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에 본격 나선 때는 김대중 정부 말기였던 2002년이다. 그해 말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됐다. 경제자유구역에 공장이 아닌 영리병원을 유치해 낙후된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였다.
노무현 정부는 강도 높은 서비스산업 발전 대책을 추진했다. 2004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금융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듬해엔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해 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도 허용했다. 또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를 수차례 열고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추진 동력을 키우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법인 수익사업 허용 등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했다.
2006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보고서에선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책임성 및 비용효과성을 검증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영리병원과 함께 민간 의료보험도 검토할 정도로 강도 높은 정책이 추진됐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2008년에는 외국인 환자유치 알선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표돼 이듬해 통과됐다. 2009년에는 노무현 정부 때 논란을 빚었던 영리의료기관 대신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이를 두고 첨예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영리법인 논쟁도 없었는데…”
서비스산업 정책은 그동안 의료·보건 영역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한국에선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지만 의료서비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5.1%로 미국(12.3%)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하지만 의료 공공성 훼손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는 만만치 않았다. 정부 내부에서도 분열이 잦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의료·보건 분야 대책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의료기관 자회사를 통한 부대시설 수익을 추구하는 정도로 선을 그으면서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 논쟁을 비켜갔다. 2013년에는 서비스산업 인프라 확충 대책, 지난해엔 의료기관 해외 진출 지원책 등을 담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과거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 문제를 서비스산업발전법에서 제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 국내 의료 부문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임상연구실험 전문병원이나 ICT를 활용한 융복합 의료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과거에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이 이번에는 실체도 없이 발목을 잡은 셈”이라며 “부자들만의 병원이 생겨 가난한 사람은 치료도 못 받는다는 근거 없는 억지 선전이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이번 정부에선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 강하게 밀어붙였던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실체도 없는 ‘부자들만의 병원’ 논란에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이 발목을 잡혔다. 제조업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지만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강도 높게 추진
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에 본격 나선 때는 김대중 정부 말기였던 2002년이다. 그해 말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됐다. 경제자유구역에 공장이 아닌 영리병원을 유치해 낙후된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였다.
노무현 정부는 강도 높은 서비스산업 발전 대책을 추진했다. 2004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금융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듬해엔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해 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도 허용했다. 또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를 수차례 열고 국내 병원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추진 동력을 키우기 위해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영리병원 허용과 의료법인 수익사업 허용 등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했다.
2006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보고서에선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책임성 및 비용효과성을 검증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영리병원과 함께 민간 의료보험도 검토할 정도로 강도 높은 정책이 추진됐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2008년에는 외국인 환자유치 알선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표돼 이듬해 통과됐다. 2009년에는 노무현 정부 때 논란을 빚었던 영리의료기관 대신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이를 두고 첨예한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영리법인 논쟁도 없었는데…”
서비스산업 정책은 그동안 의료·보건 영역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한국에선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지만 의료서비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5.1%로 미국(12.3%)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하지만 의료 공공성 훼손을 우려한 반대 목소리는 만만치 않았다. 정부 내부에서도 분열이 잦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의료·보건 분야 대책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의료기관 자회사를 통한 부대시설 수익을 추구하는 정도로 선을 그으면서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 논쟁을 비켜갔다. 2013년에는 서비스산업 인프라 확충 대책, 지난해엔 의료기관 해외 진출 지원책 등을 담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과거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 문제를 서비스산업발전법에서 제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 국내 의료 부문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임상연구실험 전문병원이나 ICT를 활용한 융복합 의료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었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과거에 논란이 됐던 영리병원이 이번에는 실체도 없이 발목을 잡은 셈”이라며 “부자들만의 병원이 생겨 가난한 사람은 치료도 못 받는다는 근거 없는 억지 선전이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