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윤종규 KB 회장, 대우증권 인수 '필승카드' 챙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의 정중동(靜中動) 행보에 은행 및 금융투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회장은 이달 들어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직접 대우증권 인수 전략을 챙기는 모습이다. 대형 증권회사의 투자은행(IB)본부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할 계획인 윤 회장이 세부 자금조달 계획부터 인수 후 시너지 창출 전략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필요자금 전액을 지주사에서 독자적으로 부담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에서 받는 배당금과 자체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 조달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은행 등 계열사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대우증권에도 이자 부담 등을 떠넘기지 않을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 참가는 단순히 그룹의 외형을 확대하려는 차원이 아니라 대우증권을 초일류 증권사로 키워 KB금융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 때문에 은행과 증권 간 획기적인 시너지(상승효과) 창출에 초점을 맞춰 대우증권 인수 이후의 세부 경영전략까지 수립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증권사를 인수한 뒤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시각에서 증권사를 운영하면서 제대로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외부 비판에 가장 신경 썼다는 후문이다.
'정중동' 윤종규 KB 회장, 대우증권 인수 '필승카드' 챙긴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 후 증권사의 기존 조직 및 인력 운용의 독립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투자에 강한 증권업 DNA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임직원 일부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등 핵심 계열사 주요 보직으로 이동시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꿔나간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프라이빗뱅킹(PB) 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증권의 자산관리 부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인수 후 독립경영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증권을 통해 중수익·중위험 상품을 집중 개발하고 해외 금융상품을 발굴해 KB금융의 자산관리 부문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은 2008년 중소형 증권사였던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을 인수한 뒤에도 조직·인력 운용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한 경험이 있다. 이 덕분에 KB투자증권 임원의 재임 기간이 다른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KB투자증권의 임원 평균 임기는 4.5년으로 대우증권을 포함한 다른 은행 계열 증권사(2.9년)는 물론 비은행 계열 증권사인 삼성증권(3.7년)이나 현대증권(2.4년)보다도 길다.

대우증권 인수전은 KB금융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3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산업은행은 오는 21일 대우증권의 본입찰을 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대우증권의 최근 주가 약세가 변수이긴 하지만 인수가격이 2조원대 초·중반에서 최대 3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